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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첫 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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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근로자가 처음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충북 청주의 매그나칩반도체(옛 하이닉스반도체 시스템IC 부문) 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김모(당시 38세)씨 유족이 낸 산재보상보험 급여 신청을 승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1997~2010년 반도체 웨이퍼에 이온을 주입하는 임플란트 공정 근로자로 일했다. 2010년 만성골수 단핵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1년 뒤 숨졌다.

 임플란트 공정은 고압 전류를 사용해 이온 입자를 가속하는 과정에서 전리방사선(X선)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족들이 제출한 진단서에 따르면 김씨의 주치의는 “환자가 15년간 X선 조사 업무를 해 왔다”며 “갑상샘 질환에 이어 발병한 혈액암(백혈병)이 이런 직업적 노출과 상관성이 높다”고 밝혔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김씨가 장기간 유해물질과 방사선에 노출됐고, 암 발병 이전에 방사선 피폭을 의심할 수 있는 치은염과 갑상샘기능저하증 등을 앓았던 점을 들어 “업무 관련이 있다”고 판정했다.

 그간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암 등 중증 질환이 걸린 근로자가 산재를 인정받은 사례는 2건뿐이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재생불량성빈혈(혈액암의 일종)과 유방암에 걸린 여성 근로자 2명이 지난해 각각 산재 판정을 받았다. 같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로자 25명도 산재를 신청했는데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4건과 취하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20건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11건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데 5건이 백혈병 사건이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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