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뮤직박스] '베스트 오브 본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언제 어디서나 007 시리즈가 남자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영화 속에 남자의 꿈이 한껏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파이.자동차.미녀.총을 비롯한 무기, 위스키나 버번 등 남자들이 원하는 그 모든 것이 007에는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007 시리즈에서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모든 작품의 오프닝 크레디트다. 건 배럴(gun barrel)이라고 부르는 이 오프닝은 한 남자가 걸어가다 멈춰 서서 총을 쏘는 장면이 나온 후 각 편에 맞는 화려한 이미지들이 펼쳐진다.

'언리미티드'(1999년)에서는 석유, 최신작인 '007 어나더 데이'에서는 얼음 식으로 영화의 주된 이미지와 함께 수많은 본드걸이 등장해 초현실주의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영화 본편에 실망한 적은 있어도 적어도 오프닝 크레디트만은 늘 감탄을 금치 못한다.

007 시리즈에서 오프닝만큼 안정된 만족을 느껴온 것이 하나 더 있다. '007 어나더 데이'의 마돈나처럼 007은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골라 끈적끈적한 주제가를 맡겨왔다.

루이 암스트롱과 매트 먼로.톰 존스.셜리 배시.칼리 사이먼.듀란 듀란.가비지.셰릴 크로 등 당대의 인기 가수들이 부른 007 주제가는 영화보다 멋지다.

007의 주제가를 모은 음반은 어떤 편집 음반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1992년에 30주년 기념으로 '베스트 오브 제임스 본드'가 나온 적이 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고, 99년에 나온 '베스트 오브 본드…제임스 본드'가 구하기 쉽다.

'베스트 오브 본드'는 '살인면허'(88년)부터 '네버 다이'(99년)까지의 주제가들을 모았고, '살인번호'(62년)에서 몬티 노먼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제임스 본드 테마'와 '여왕폐하 대작전'(69년)에서 존 배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온 허 매저스티스 시크릿 서비스(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도 실려 있다.

매트 먼로의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63년)와 '여왕폐하 대작전'에서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위 해브 올 더 타임 인 더 월드(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는 007의 로맨틱한 면을 부각한다.

하지만 007 주제가의 백미는 역시 여성이 부른 것들이다. 대체로 티나 터너와 마돈나처럼 억세고도 섹시한 가수들이 불렀다. 그 중에서도 룰루의 '더 맨 위드 더 골든 건'(74년)과 셜리 배시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71년)는 최고다.

'골드핑거'(64년)'다이아몬드는 영원히''문레이커'(79년) 등 세 편의 주제가를 부른 셜리 배시는 본드걸의 이미지처럼 매혹적이면서도 강인한 보컬을 들려준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lotusid@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