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치료 받으려면 깐깐한 환자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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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치료 받으려면 깐깐한 환자 돼야

'환자가 되면 얌전한 새색시에서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하라'.

암 진단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의료기관의 오진으로 2년을 허송세월하다 4년간 암 투병을 한 미국의 줄리 러너가 환자들에게 외치는 주문이다.

그녀는 30회의 입원과 3백여회의 진료를 거치면서 평범한 20대 여성에서 환자 권리찾기 운동의 기수가 됐다. 의사들의 권위주의, 의료 관료주의, 무성의한 의료인들의 태도에 수없이 좌절하면서 환자의 권익을 위한 행동가로 변신한 것.

그녀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 '의사를 선택하라'(몸과 마음 출판.사진) 가 최근 국내에서 출판됐다.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한 현명한 의료소비자가 되는 길을 소개한다.

◇ 좋은 의사 만나기=치료의 첩경은 의사를 잘 만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먼저 병원과 의사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자. 주위 사람 중에 의사 친구나 병원 종사자가 있다면 도움을 청한다. 인터넷에서 병원 홈페이지를 뒤져 의사의 전문성.학력.경력, 진료 내용을 파악한다.

환자들 모임인 환우회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직접 진료를 받아본 이들의 평가가 가장 정확할 수 있다. 이들의 모임에 참석해 대화를 나눠보자. 실력이 있으면서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는 의사에 대해선 이구동성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 수도 있다. 의국(醫局) 의 의사 또는 간호사에게 '내게 적합한 의사를 소개해 달라'고 진심으로 물어보면 '누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비교적 정확한 답을 얻는다. 병원을 미리 방문해도 좋다. 직원들이 얼마나 상냥한지, 병원 시스템이 환자 중심으로 되어있는지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 짧은 만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의사들은 '치고 달리는'야구 타자처럼 바쁘다. 따라서 의사를 만나기 전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충격적인 진단 결과가 나올 땐 의사가 한 말을 절반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와 함께 듣거나 필기 도구를 챙겨 기록하는 것도 방법이다. 낯선 단어.전문용어가 나오면 쉽게 표현해달라고 요청한다. 당신이 빈틈없이 처신하면 의사도 좀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갖게 된다.

약.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첫 진료 때 가지고 가서 보여준다. 예의를 다해 질문하고 설명에 감사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 만족할 만한 치료를 받으려면=현재의 의료제도 속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마치 계기반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내가 모는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고, 연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다.

치료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병에 관해 의사와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지식과 정보를 가져야 한다. 착한 환자보다 똑똑하고, 까다로운 환자가 돼야 올바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입원 중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내 의료의 질 개선을 담당하는 부서와 행정팀에 개선을 요구한다.때론 병원 내 환자 모임에도 참석하고, 병원장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병원 밖의 환자 옹호단체와 상의한다.

◇ 의료사고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머리맡에 노트를 놓고 날마다 제2의 병상기록부를 작성하자. 의료진은 당신의 철저한 태도에 성실함을 보일 것이다. 주사나 약을 받으면 무슨 용도인지 꼭 질문하자.

전에 본 적이 없는 약이라면 차이점을 묻는다. 수술은 오후보다는 오전, 주말보다는 주초에 받는 것이 좋다. 응급사태가 났을 때 의사가 병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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