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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컵] 이천수 고장, 히딩크 애탄다

중앙일보

입력

멕시코와의 북중미 골드컵 8강전을 하루 앞둔 27일(한국시간) 훈련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인근 포모나의 칼폴리 고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한 한국 축구대표 선수들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전날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는 휴식을 취했지만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훈련 도중 거스 히딩크 감독이 뭔가를 지시하는 장면에서도 선수들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고, 패스는 성의없이 이어졌다. 여덟명씩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된 전술훈련도 한 시간여 만에 접고 서둘러 훈련장을 떠났다.

원정길에 나선 지 보름.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데다 성적 부진의 후유증이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지친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지훈련은 3주 정도가 알맞은데 이번엔 5주나 되는 바람에 선수들이 힘들어 한다"며 "우리 목표가 골드컵은 아니지만 경기 결과가 좋았다면 더 의욕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천수도 왼쪽 무릎 부상으로 출전선수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천수는 "서귀포 평가전이 끝난 뒤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는데, 휴식기간 소속팀(고려대)에서 맨땅 연습을 하는 바람에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일본파와 이천수가 빠진 엔트리에는 최태욱.김도근.이동국.최성용이 포함됐다.

반면 8강전 상대인 멕시코팀의 훈련모습은 한국과 너무 달랐다. 멕시코는 훈련장인 몬테레이파크의 이스트 로스앤젤레스대 운동장을 활기찬 고함소리로 가득 채웠다. 선수들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지시에 따라 전술훈련을 진행하며 더 없이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고, 슈팅은 어김없이 골문 안으로 향했다. 훈련 마지막에 진행된 페널티킥 연습에서는 차는 선수나 막는 골키퍼나 의욕에 불타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기레 감독은 경기 당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까지 감안해 수중전을 대비한 훈련은 물론 무승부일 경우를 대비한 페널티킥 연습까지 했다.

한편 이날 마이애미 오렌지보울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는 코스타리카와 캐나다가 승리, 준결승에 올랐다.

코스타리카는 연장 8분쯤 로날드 고메스가 그림같은 골든골을 터뜨려 아이티를 2-1로 꺾었다.

캐나다는 마르티니크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힘겹게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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