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빈곤층 돌보고, 젊은 에너지 전문인력 키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한국석유공사 서문규 사장이 2012년 11월 평택시 오성면에서 선샤인(Sunshine) 활동의 일환으로 연탄 나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찬바람이 차츰 매서워질 때 한국석유공사 서문규 사장은 평택시 오성에서 연탄을 날랐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웬만한 대기업이 으레하는 연탄나눔 행사 같지만 한국석유공사에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최대의 에너지, 자원 개발 전문 기업이다. 돈이 없어 연탄을 못구하고 기름을 때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을 외면하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석유를 발굴하고 가스전을 캐는 의미를 반감시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선샤인(Sunshine)’ 사업이다. 2011년부터 시작됐다. 말 그대로 따뜻한 햇빛처럼 에너지 빈곤층을 비추겠다는 사회공헌 사업이다. 2011년에는 500가구가 넘는 집에 연탄을 지원했고 400가구가 넘는 집에 등유를 살 수 있도록 주유권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연탄 지원액을 가구당 20만원으로 늘리고 등유 지원 가구도 확대했다. 연료만 지원해서는 부족하다. 에너지 빈곤층에 보일러를 고쳐주고 보온이 잘 되도록 집수리도 해줬다. 어르신들이 많은 복지관도 수리에 나섰다.

 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공헌 사업은 직접적으로는 에너지 빈곤층 지원에서 시작되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전문 인력 양성사업에서 빛을 낸다. 한국석유공사의 특성을 살린 공헌 사업이다. 강원대와 동아대 등 10개 대학을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고 모두 30억원을 출연했다. 석유공학이나 지질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대학원생에게는 장학금도 주고 해외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사업장에 보내 연수도 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석유개발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자원전쟁에 가장 큰 약점이었다. 석유공사는 석유개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사회공헌이야말로 미래 에너지 인프라를 위한 가장 큰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세계 25개 나라에 진출해있다. 아프리카 오지에서 남미의 골짜기까지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하면 어디든 간다.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은 220여개.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 확보의 첨병이다. 석유나 가스가 대도시에 매장돼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현지 주민들과의 관계가 중요하고 한국석유공사가 그 해법으로 삼은 것은 바로 봉사다.

 해외 사회공헌 사업에 대표적인 곳은 베트남이다. 2006년부터 현지 벤쩨지역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실을 지어주고 컴퓨터와 학용품을 지원했다. 지난해는 도서관 기공식도 열었다. 올해도 교실 5개 동 신축예산이 반영됐다. 현지 사무소에서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적 국영석유회사의 위상을 다지고 있다고 전한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베트남 이외에도 예멘에서는 인근 의료시설을 지원하고 환경오염이 심해진 이집트에서는 자원재활용 교육을 지원했다. 토네이도 피해가 컸던 멕시코만에서도 앞장서 이재민 식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펼치는 또 하나의 한국 홍보대사인 셈이다.

박성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