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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여당(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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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안정한 좌표>
공화당의 지난 1년은 온갖 풍파의 불씨를 내연시킨 진통의 해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다 권력의 「핵」으로 접근하려는 이른바 「당권확립」의 몇 가지시도-이를테면 당중심의 개각이나 정책·인사·자금 면에서의 당우위확보 등은 사실상 거의 무산돼버렸고 이 욕구불만은 권부주변에 보이지 않는 불화와 마찰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집권판도에서 차지하는 공화당의 좌표는 불안정하게 유동했으며 그 체질도 약화해진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된 데는 김종필씨가 외유하는 동안 착실히 쌓아올린 청와대주변, 당보다 박대통령 개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세력형성,
그리고 경제인·군 등 몇 가지 정당외적여건을 포함한 문제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김씨가 당의장에 복귀했기 때문 이기도하다.
또한 김 의장이 스스로 제창한 『모든 영광은 총재에게. 인내는 당원에게』라는 구호의 「이미지」에 충실한데다가 박총재의 기대에 가까운 영도력 발휘는 공화당이 노리던 「당우위」관철의 박·김 체제성격을 극히 형식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조직의 관리자>
청와대-행정부-공화당을 잇는 관계에서도 공화당은 당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박대통령의 재집권을 위한 조직관리자로서, 또 행정부를 충실히 뒷바라지하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지난 4월 출마장관을 대상으로 한 일부개각에 공화당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당중심의 전면개각을 바랐지만 건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재작년 가을 정구영전 당의장이 장기형 기획원장관·이후락 청와대비서실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개각을 건의하다 물러난 사실은 올해도 공화당쪽엔 가시지 않는 아쉬운 여운으로 남았었다. 행정부와의 관계는 정책, 자금면에서도 「소외」라는 용어와 함께 미묘한 양상을 자주 드러냈다.
지난 2월초 정부가 「코로나」승용차에 대한 전면면세방침을 밝히자 공화당간부들은 김 당의장의 지시로 정 총리를 찾아가 70∼1백%과세를 건의하는 등 정면으로 맞섰었다. 결국 부분품과세로 낙착됐지만 이 「코로나」의혹은 정부고위충의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행정부대 공화당, 다시 말해 집권층 안의 대표적인 이권싸움이었다는 풀이가 아직도 나돌고 있다. 민간상업차관에 대한 정부지불보증을 비롯한 주요경제정책에서도 공화당은 정부가 독주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 4월초 외자도입개책을 재검토하도록 건의했고 67년 총예산안편성 때도 규모·항목조정으로 크게 대립했었다.

<제2의 「불도저」>
원내활동도 당의 독자적 방침보다 정부의 「스케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공화당의 원내활동은 정부 뜻대로 조종되기 마련인 「제2의 불도저」란 별명으로 통칭되기까지 했다. 3월의 국군월남증파동의 때도 신중론이 나와 소장의원 56명이 선행조건 등을 내세우며 한·미 방위조약개정을 건의했었으나 흐지부지됐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정부지보안단독통과, 장 기획 해임안에 대한 일사불란한 봉쇄로 정부의 뒷바라지에 충실했다.

<미묘한 틈바구니>
정부와의 관계, 원내활동 등이 박 총재의 권위 앞에 눌려 사실상 후퇴함으로써 당내계보에도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요직개편에 참여한 이른바 「신주류」(길재호·김성곤·김동환·김택준씨 등)도 개각문제, 정치자금조달에 얽힌 이해, 특정재벌밀수사건, 김두한전의원오물사건 등을 겪는 동안 미묘한 틈이 생겼다는 관측까지 나돌았다. 더구나 전주류강경계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고위층에 대한 「불충사건」을 계기로 신주류의 큰 부분이 한동안 난처한 입장에 섰었고 일부는 청와대에 한층 밀접해감으로써 사실장 신주류는 와해됐다는 얘기마저 있었다.

<강력한 대립의식>
해를 묵힌 전주류강경계의 뿌리깊은 대립의식. 당내상당 세력의 청와대로의 접근 등은 특히 내년 국회회원 공천문제와 얽힌 큰 권력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의 선거준비는 1백50여만 당원과 비대한 조직을 통한 득표전략이의에 공천을 에워싼 갈등을 조정하는데도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공천을 통한 7대국회의 판도는 71년대의 정권계승과 관련한 정치포석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일부세력이 3, 4개월 전부터 정 총리의 국회진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점이나, 벌써부터 7대 국회의 원내요직안배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 등은 71년대를 향한 정국의 흐름을 예측케 하는 것들이다. <윤기병>

<차례>
①입법부
②행정부
③여·야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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