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폭스뉴스 시청률 전쟁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양대 케이블 뉴스채널인 CNN과 폭스 뉴스가 시청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보도 성향이 다른 상대 방송사의 앵커를 빼내오는 등 치열한 '케이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폭스 뉴스는 최근 자사의 보수적 성향에 맞지 않는 제랄도 리베라를 종군기자로 스카우트했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폭스 뉴스 시청자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CNN은 반대로 보수적 시각을 가진 앵커나 진행자들을 영입하는 데 여념이 없다. 폭스 뉴스에서 스카우트해온 새 여성 앵커 폴라 잔이 그 대표적인 예. CNN은 아침 뉴스쇼의 진행을 맡은 그가 보수적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들 방송사가 정치적 성향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외부 시각에는 이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양사간 경쟁이 심해졌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들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의 시청자들은 결국 예전과 다른 관점을 갖도록 압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양사는 시청률과 광고 수입 등에서 자사가 앞섰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폭스 뉴스가 "CNN과 시청률이 사실상 같다"고 주장하자 CNN은 "누적 시청자 수는 우리가 앞선다"고 반박했다.

CNN의 모기업인 터너 방송사의 재미 켈너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광고수입이 2억6백만달러(약 2천7백억원) 로, 같은 기간 폭스 뉴스의 광고수입 1억달러(약 1천3백억원) 와 상당한 차이가 났다.

폭스 뉴스는 '오피니언 시청자' 위주지만 우리는 '뉴스 시청자' 위주여서 그렇다. 우리는 중도적 시각의 뉴스 방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폭스 뉴스의 로저 에일스 회장은 "최근 CNN의 법률전문기자 겸 여성 진행자인 반 서스터런을 스카우트한 것이 폭스 뉴스의 시각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승리"라고 공언했다.

이들 방송사와 경쟁을 하고 있는 뉴스채널 MSNBC의 에릭 소렌슨 사장은 "폭스 뉴스가 서스터런을 스카우트한 것은 CNN에 폴라 잔을 뺏긴 데 대한 복수다. 폭스 뉴스는 이미 예전의 보수적 성향에서 다소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폭스 뉴스의 시청자는 대부분 늙었으며 광고시장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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