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가슴 찡한 ‘오합지졸 축구단 성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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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물간 축구선수들의 유쾌한 인생반전을 그린 ‘드림팀’. 지난해 프랑스에서 개봉해 ‘본 레거시’ 등 할리우드 대작들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사진 싸이더스 FNH]

어디서 많이 봤던 내용이다. 그런데도 유쾌하다. 영화는 역시 연출과 연기의 예술인 모양이다. 프랑스 코미디 영화 ‘드림팀’을 두고 하는 말이다.

 ‘드림팀’의 소재는 축구다.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드림팀이 아니다. 한물간 전직 축구선수들이 합심해 인생반전을 이룬다는 스토리다.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의 오마 사이, ‘미드나잇 인 파리’(2011)의 게드 엘마레, ‘더 콘서트’(2009)의 람지 베디아 등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코미디 배우들이 총출연했다. 캐스팅으로 보면 올스타 코미디언 팀이라 불릴 만 하다.

 중심인물은 오베라 감독 역을 맡은 호세 가르시아다. 오베라는 한때 ‘신의 선물’로 불렸던 프랑스의 축구영웅. 하지만 폭행사건에 연루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딸의 양육권을 따기 위한 조건으로 작은 섬의 축구팀 감독을 맡은 그의 과제는 1부 리그팀도 참가하는 프랑스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저우싱츠(周星馳)의 ‘소림축구’(2001)가 생각난다. 또 사고뭉치 프로야구 투수가 청각장애아 야구부 감독을 맡는 내용의 한국영화 ‘글러브’(2011)도 연상된다.

 하지만 통조림공장 노동자들로 구성된 축구팀의 실력은 조기축구회 수준이다. 결국 오베라는 자신처럼 예전의 스타선수들을 불러모은다. 파티에 중독되고, 골 넣을 욕심만 가득한 골키퍼 마란델라(람지 베디아), 공황장애를 앓는 미드필더 지아니(게드 엘마레), 심장이 약한 저질체력 수비수 웨케(오마 사이), 폭력 전과의 반칙왕 미드필더 베르다(조이 스타르), 허세에 찌든 배우지망생 공격수 란드리(프랑크 두보슥) 등.

 이들은 마을 토박이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뤄 프랑스컵 대회 결승까지 진출한다. 루저들의 인생역전이라는 빤한 스토리가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캐릭터의 힘 덕분이다. 프랑스 정상급 배우들이 빚어내는, 6인 6색의 캐릭터가 재미와 감동을 선물한다.

 올리비에 다한 감독은 “영화 속 팀워크를 가짜가 아닌, 진짜로 표현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지아니다. 걸레보다 더러운 ‘행운의 팬티’ 없이는 경기에 나서지 않고, 콘솔게임기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는 엉뚱한 성격과 기발한 몸개그가 웃음을 자아낸다.

 이에 비해 스토리 전개는 단조로운 편이다. 경기장면도 본격 스포츠 영화만큼 박진감이 넘치진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말이 관객의 허를 찌른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는 드라마적 요소가 많다. 인생이든, 축구든, 세상사에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짜릿한 뒤집기가 있기에 즐길 만한 것이리라.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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