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쇠고기' 왜 싼지 봤더니, 한국과 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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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호주 최대의 쇠고기 공급업체 JBS오스트레일리아의 퀸즐랜드주 딘모어 공장(plant). 소를 도축해 부위별로 고기를 자르고 상표를 붙여 포장하는 곳이다. 흰 가운에 장화, 위생용 머리쓰개를 쓰고 공장에 들어섰다. 속에 입은 바람막이 점퍼까지 뚫고 냉기가 확 끼친다. 쇠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공장은 늘 저온이다.

 거대한 소들이 반 마리씩 손질돼 공중에 줄줄이 매달려 있다. 쇠그물 장갑을 끼고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빠르게 고기를 부위별로 자른다. 쇠고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순식간에 포장된다. 기계가 종이 상자를 빠르게 접고 그 속에 라벨이 붙은 쇠고기가 담긴다. 상자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한다. 엑스레이까지 동원하며 상자 속을 확인하는 검사관의 눈이 매섭다. 재빨리 몇 개 상자에 검은 매직으로 가위표를 하고 들어낸다. 라벨이 접힌 것, 등심이 안심으로 표시된 것, 진공 포장이 약간 뜯어진 것 등이다. 층층이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는 쉼 없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거대한 흰색 로봇팔이 쇠고기가 담긴 종이 상자를 들어서 척척 쌓는다. 대형창고 천장까지 쌓인 상자를 지게차가 윙윙거리며 실어 나른다. 상자는 차례로 대형 트럭에 실려 인근 브리즈번 향구로 향했다. 소 반 마리를 잘라 담아 포장하는 데 6분30초, 여러 검사를 거쳐 트럭에 실려 떠나는 데까지 총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놀라운 속도는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철저한 기계화의 결과다. 호주 최대의 쇠고기 가공장인 이곳에선 1주일에 2만 마리분이 넘는 쇠고기가 포장돼 나간다.

 같은 날 브리즈번에서 100㎞ 떨어진 투움바. JBS 비프시티 공장과 비육장(肥育場)이 같이 있는 곳이다. 구수한 듯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료가 발효되는 냄새다. 거대한 원통 모양의 사료저장고(사일로)가 줄지어 서 있다. 곡창 지대인 이곳에서 JBS는 상품화에 적합하도록 소들에게 밀·보리·옥수수 등으로 자체 배합한 사료를 먹여 살찌운다. 이 회사에서 사료용 곡물도 직접 키운다. 비육장에서 나온 쇠똥이 거름용으로 언덕처럼 높이 쌓여 있었다.

 곡물밭-비육장-공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충분히 살이 찐 소는 인근 공장에서 도축·가공된다. JBS는 이렇게 소를 살찌워 기르고 도축·가공할 뿐 아니라 직접 콜스나 울워스 같은 대형마트와 레스토랑·정육점 등에 공급한다. 소가 가공돼 소비자가 구입할 때까지 단 2단계만 거치는 셈이다. 다른 도매상이 구입해 레스토랑·정육점에 공급하는 일부 경우만 한 단계가 추가된다. 국내에서 한우가 많게는 8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유통구조의 차이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 콜스·울워스 등 호주 대형마트에서 파는 다진 고기 1㎏의 가격은 9300원이었다. 이마트·롯데마트 등에서 파는 한우 다진 고기 1㎏은 3만4000원이다. 애초에 호주 소(230만원)의 두 배였던 한우 값(455만~490만원)이 호주보다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3.7배가 된 것이다. [표 참조]

 저스틴 매코믹 JBS 비프시티 공장장은 기자가 한우의 유통단계를 설명하자 “우리는 중간에 낀 사람이 없다”며 “아무것도 없다(Nothing)”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유통구조는 가격뿐 아니라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종 공급할 상품을 고려해 사료를 주고, 가공을 하고, 포장·배달까지 하는 이른바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을 통해 상품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취재팀=최지영·장정훈·구희령·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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