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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원의 재조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교부는 지난 6월 67학년도 전국 각 대학의 학과 및 정원조정안을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확정 시켰다고 한다. 새 조정안에 의하면 전국의 4년제 대학 현 정원 10만6천5백90명을 11만1천7백90명으로 늘리는 대신, 늘어난 5천2백명 만큼을 현 초급대학의 학생정원 1만6천5백60명중에서 감축케 함으로써 전체 정규고등교육기관 학생 총 정원을 종전대로 12만3천1백57명 선에 머무르게 하였다.
이와 같은 조정에 마라 나타난 주목할만한 결과는 소위 자연계대학 인문계 학생정원 비율이 전도케 되었다는 사실이다. 종래 우리 나라 대학의 자연과학계 학과 대 인문·사회과학계 학과 학생정원의 비율은 51·5% 대 48·5%이었는데 이것이 이번에 각각 3%씩 그 비중을 뒤바꿔 51·1%대 48·9%로 된 것이다. 당국자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조정을 계속함으로써 수년 후에는 인문 40%대 자연 60%의 비율을 견지할 것을 아울러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대학망국론」까지 대두되게 된 오늘의 실정 하에서 문교당국자가 이와 같은 대학정원의 재조정에 착수하게된 동기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줄 안다. 첫째로 정부가 수립한 장기 인력수급 계획에 따른 과학기술계의 인력수요를 충족시키자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둘째는 해마다 불어나는 대학진학 희망자의 격증을 현 대학정원 기대수의 테두리 안에서 메워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셋째로는 인문계학과 졸업생의 상당수가 졸업 후 적당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고등유민 화하는 반면, 이와 같은 추세를 미리 예상하고 심한 좌절감에 사로잡힌 인문계학과 재학생들이 엉뚱한 방향의 사회참여를 일삼아 정국불안정과 사회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미연에 방지코자하는 정책적 의도도 들어 있을 것이다.
정부당국의 이와 같은 의도는 물론 그 하나 하나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다본 과학기술계의 인력수요만 하더라도 67년의 72만6천명을 필두로 해마다 누진되어 오는 71년도에는 97만9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바 대학정원의 이와 같은 조정을 통해서도 앞으로 과학기술계 요원의 부족은 매년 6만5천명 대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초급대학을 무원칙적으로 냉대하는 비는 구치하고서라도 자연계학과의 우위원칙을 그 현실적인 타당성 때문에 전적으로 긍정한다 하더라도 단순히 학생정원의 재조정만으로써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임을 우리는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과학계학과 졸업생이라고 하면서 재학 중에 실험·실습한번 제대로 해본 일이 없는 졸업자가 속출한다면, 그것은 차라리 국가적 낭비를 조장하는 결과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60년도에 발표된「유솜」과 문교부의「전국국립고등교육기관 실태조사보고」에 의한다 하더라도 우리 나라의 의·농·공 그 밖의 실업계 대학 중 정말 고등교육기관 다운 수업을 할 수 있는 대학은 겨우 수 개교 수 개학과에 불과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정원조정과 함께 대담한 실험·실습시설 등의 확충 및 교원 수급계획이 동시에 발표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전도를 암담하게 생각할 수밖에는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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