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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억원 짜리 아프리카 국적

미주중앙

입력

한국에서 장관 후보자로 지명 받았던 김종훈씨가 미국으로 돌아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간에 일어났던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해외에 사는 우리들에게 국적(國籍)은 대체 무엇이고 국적을 바꾼다는 일은 또 무엇인지를 새삼스레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 중 대부분은 시민권 취득을 그저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이나 절차쯤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영주권 다음에는 시민권 시험을 보며 어렵지 않게 시민권자가 된다. 굳이 조국을 버린다거나 미국 사람이 되겠다거나 그런 결연한 마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그렇지만 다른 나라 특별히 일본의 재일동포들이 국적 때문에 겪는 고통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나라 잃고 만주 벌판을 떠돌다가 중국의 공민 자격을 받게 되는 조선족이나 시베리아로 실려 간 고려인의 슬픈 애환도 그보다 나을 것이 없다.

재미동포 가운데 지금 한국에 나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글로벌 시대에 미국에서 배운 경험도 살리고 모국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011년부터 시행되는 한국의 개정국적법은 우수 인재 또는 65세 이상의 재외동포에게 복수국적이 허용되기도 하나 크게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이번에 김종훈씨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에 한국에서 말들도 많았다. 그 근본 원인은 세계화가 되었든 국적법이 어찌되었든 간에 아직도 한국에는 외국 국적자에 대한 배타성이 너무나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02년에 있었던 가수 유승준씨의 한국 입국거부 사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분명한 증거다. 한국의 권력층이나 재산가 중에는 브로커에게 1억 원을 주고 아프리카 국가의 시민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원정출산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병역을 기피하고 외국인 학교 입학을 위한 국적 위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해외 동포들에게는 너그럽지 못하다.

그러나 김종훈씨의 경우는 한국내의 이런 배타적인 정서 탓만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본인의 정보기관 경력과 연관해 미국정부나 주류사회가 그를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와 그의 주변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나 언행이 한인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해 커뮤니티가 냉철하게 자성해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 1996년 로버트 김 사건을 기억한다. 그에게 씌워졌던 혐의나 형량이 과하기는 했었으나 '조국을 위해 일했다'는 당시 그의 행적은 미국 정보기관이나 첨단산업시설에서 일하고자 했던 이민 2세들에게 큰 피해를 준 사건이었다. 미국시민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누리면서도 얼마든지 조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적을 바꾸어 가면서 그렇게 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싫어서 미국을 떠나는 것이야 할 수 없지만 편법으로 그러지는 말자는 것이다. 미국에서 정치를 한 사람이 한국에 나가 한국정치에 관여한다거나 또는 국적을 포기하며 정계에 진출하려는 것 모두가 순리도 아니고 국적을 부여한 나라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국적 포기세로 낼 돈 1000억 원이 있으면 이민사회에 한국어 교육진흥기금으로 기부할 수는 없는지 물어 본다.

국적이 달라도 우리 모두는 같은 한민족이다. 한국의 언어와 자랑스러운 문화로 정체성을 지키며 각기 주류사회에 우뚝 서야한다.

김용현/한민족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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