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은행」식 출제의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서울시내 9만 명 수험생들의 가슴 죄던 전기 중학입시가 끝났다. 아직 발표는 안됐지만 수험생들은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처음으로 내놓은 「문제은행 식」출제가 상상외로 쉬웠다고 우선 좋아했다.
일부 학교장들은 문제가 너무 쉬워 바라는바 우수한 학생을 고르기가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고 또 문제은행에 예치한 문제수가 난이도로 구분된 각 군 (군) 별이 50문제씩밖에 안되어 문제선택의 폭이 좁아 단독 출제라 하지만 공동출제 때와 별다른바가 없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교부나 서울시 교위의 태도는 이와는 반대로 이번 출제는『교과서 중심으로 출제하며 쉬운데 목적이 있다』 고 말하고 문제를 쉽게 냄으로써 지금까지 의무교육을 해쳐 왔던 과외수업 등을 근절하는 방법이 된다고 지적, 오는 13일에 있을 후기 중학은 물론 내년에도 문제은행 식에 따른 쉬운 문제를 계속 내도록 하여 의무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발판으로 삼을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초등학교 교장들도 쉬운 문제의 출제에 대부분 찬성했으며 중학교입시가 교과서 중심으로 되어 올해와 같이 출제된다면 부 독본 사용은 우선 필요 없게 되고 물심양면으로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던 과외수업의 폐단을 근절할 수 있으리라고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학부형들도 대체로 쉬운 문제출제에 찬성했지만 「문제은행 식] 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비밀 관리한다는데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학부형들은 만일 떨어졌을 경우에 왜 내가 떨어졌는가를 수험생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하는 의견으로 문제 공개를 원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배적이다. 또 학부형들은 문제가 쉬우면 체능경쟁이 치열해지고 체능점수는 총점의 40분의1밖에 안 된다는데 불안을 갖고 있음도 밝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이번 서울시 교위의 「문제은행 식」출제는 우선 제1차 목적에서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 교육위원의의 「문제은행 식」은 엄격히 말해서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아이템 풀」과는 거리가 멀고 일종의 연합 출제로 된 느낌이 있다.
우선 그 문제 수가 각 군별로 너무 적고 그 문제 하나 하나가 갖는 신뢰도에 대한 객관적 보충이 불충분한 것을 들 수 있다. 또 시교위가 「문제은행」을 설치한 동기도 문제은행의 우수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공동출제로 하라는 당시 문교부장관의 「권장」과 단독 출제를 소신으로 해 온 최복면 교육감이 자기소신과 문교부의 명령을 교묘히 살리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선 제1차 시험에서 대체적인 성공을 거뒀다하더라도 앞으로 계속 보완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최복현 서울시 교육감은 일부학교장들이 문제가 쉬워서 학생들의 능력을 가리지 못하고 주사위를 던지는 식의 시험이 됐다고 말하고 있는데 대해 『아무리 문제가 쉬워도 동점자란 그리 많지 않고 재능을 가려내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또 교과서의 내용만으로도 얼마든지 함정을 만들 수도 있다』 고 낙관하고 있다. <김경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