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검찰 수사관들의 뇌물 수수 비리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검찰이 감찰을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수사2계는 경기지역 검찰청 소속 이모(52)·정모(48) 수사관 등 2명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14일 소환을 통보했다.
두 사람은 2007~2009년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의 조합장 비리 수사와 관련해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창호업체 김모(61) 사장에게서 중국 골프 여행 접대와 술 접대, 유흥주점 향응 등 3200만원 상당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정 수사관은 2008년 7월 말 김모(54) 조합장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로 종결된 뒤 팀(7명) 회식을 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래서 내가 나가서 이들을 유흥주점에서 700만원어치 접대를 했다”고도 진술했다. 김 사장은 2009년 다른 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던 중 이 같은 내용을 검사에게 밝혔었다. 현재 이 수사관은 특가법상 알선수재, 정 수사관은 수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1차 소환에 나란히 불응했다. 이에 대해 두 수사관은 “김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없다”며 “두 차례 만나 함께 식사만 했다”고 밝혔다.
14일 경찰 조사 내용과 김 사장 주장에 따르면 당시 서울동부지검은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의 김 조합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자 김 조합장은 “검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게 해 달라”고 김 사장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사장이 나섰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서울중앙지검 소속 이 수사관을 통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동부지검 소속 정 수사관을 소개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2008년 4월 이·정 수사관과 또 다른 수사관 등 3명의 수사관을 데리고 중국 다롄으로 골프여행을 갔다 오는 등 향응과 접대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출입국 기록 등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수사관 비리 진술 내용이 관련 수사 기록에서 빠졌다는 첩보를 입수, 진위 파악을 위해 수사 기록 일체를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당시 김 사장으로부터 처음 수사관 비리를 진술받은 A(40) 검사는 “해당 수사관들에게 해외 골프 접대와 현금 등을 줬다”는 김 사장 진술을 문서로 정리해 윗선에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후 이 사건을 넘겨받은 당시 서울동부지검 소속 B(43) 검사는 수사관들에 대해 어떤 조사나 처분을 하지 않았다. B검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내가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검 감찰본부 는 금명간 A검사와 B검사를 불러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직무 유기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특별취재팀=고성표·문병주·윤호진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