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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은 고맙지만 정치·경제 간섭 말라 할 말 하는 아프리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은 우리에게 굿 거버넌스나 깨끗한 경제에 대해 가르치려 들지 마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을 때 나이지리아의 주요 종합일간지에 실린 칼럼이다.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에서 만난 한 신문 기자는 “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동시에 이들의 정치개혁 요구 등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G2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자원에 매달리면서 아프리카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세력 균형추로 부각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시 열강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는 일이 없도록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아프리카 협력포럼에서는 새로운 파트너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반드시 양쪽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원을 명목으로 자국 노동자를 데려와 고용도 하지 않고, 기술도 전수하지 않는 중국의 행태를 비판한 것이었다. 결국 포럼 말미에 채택한 선언에서는 아프리카의 요구대로 중국 기업이 현지 인력 고용을 늘리고, 해당 국가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다소 불편한 내용이 포함됐다.

 아프리카에 대한 외국 기업의 직접투자는 10년 사이 1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었다. 아직도 극빈층이 다수인 아프리카 국가들 입장에서 투자를 가려 받을 입장은 아니지만, 이제는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원칙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에서 만난 소지 아델라자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은 “어느 국가든 나이지리아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도가 있어야만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소영 ·강혜란 ·유지혜 ·이현택 ·민경원 기자
사진=박종근·김도훈 기자

취재 협조= 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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