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작년 7월 발견 물질 신의입자 거의 확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내부에서 양성자와 양성자가 충돌하는 모습. [사진 CERN]

‘신(神)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가 서서히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14일 “추가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7월 발견한 입자는 힉스 입자가 거의 확실해 보인다(looking more and more like a Higgs)”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라투일레에서 열린 물리학 학술대회에서다. 힉스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인 표준모형에 나오는 17종의 입자 중 하나다. 다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입자들과 달리 반세기 넘게 실제 존재가 확인되지 않아 신의 입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CERN은 2008년부터 세계 최대 입자 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힉스를 찾아왔다. 양성자와 양성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시켜 우주 탄생 당시와 같은 상황을 재현한 뒤, ATLAS·CMS 두 개의 대형 검출기를 이용해 힉스 입자를 붙잡으려 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두 검출기를 이용한 연구에 참여했다.

 그 결과 CERN은 지난해 7월 힉스 입자일 가능성이 큰 새로운 입자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확률을 99.99932~99.99994%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가적인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며 최종 발견 선언은 미뤘다. 반면 이날은 “지난해보다 2.5배 많은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힉스 발견을 확신했다. CMS 연구팀 대변인 조 인카델라는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게 힉스 입자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이 같은 발표 자료를 토대로 “CERN이 힉스를 발견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CMS 한국 연구팀 대표를 맡았던 서울시립대 박인규(입자물리학) 교수는 “이번 발표는 새로운 분석 결과를 토대로 힉스 입자를 발견했을 수 있다는 진전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며 “최종 선언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교수는 또 “힉스 입자 발견을 최종 확인하려면 8가지 경로를 통해 힉스 입자의 붕괴를 확인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나온 결과는 4가지 경로에서만 명확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최종 인정을 받기까지는 연구와 분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만약 CERN이 발견한 게 힉스가 맞다면 표준모형은 우주의 생성을 설명하는 완벽한 이론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반면 힉스가 아니라 또 다른 새 입자라면 학자들은 표준모형 대신 우주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찾아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김한별 기자

◆힉스 입자=137억 년 전 우주 대폭발 때 생성됐다 붕괴돼 사라진 입자. 고(故) 이휘소 박사가 이 입자의 존재를 예언한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의 이름을 따 ‘힉스 입자’란 이름을 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