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 직접대화로 북핵 해법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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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林東源)특사의 대북 파견은 북핵문제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에 고조된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지난해 4월 초 방북 이후 9개월여 만에 다시 한번 최고위급 간의 교감을 통해 큰 틀에서의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뜻이다.

◇왜 특사 파견인가=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24일 끝난 9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지만 불발로 그치는 등 그동안 북핵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북 행보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말이 통하는 林특사를 통해 우리 입장을 직접 전달, 결단을 촉구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자는 것.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핵동결 해제선언으로 불거진 북핵 위기를 김대중(金大中)정부 임기 내에 가닥을 잡겠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노무현(盧武鉉) 당선자 측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세종연구소 이종석 박사가 동행하는 것도 정권교체기에 국정공백을 줄이고 향후 대북정책 수립을 효율적으로 해보려는 의도에서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에 한국이 북핵문제의 이해당사자임을 분명히 하려는 점도 엿보인다.

◇뭘 논의하나=핵문제에 대해 金위원장이 어떤 언급을 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金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핵개발 포기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철회 등 구체적인 이행조치가 취해지면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지원을 포함한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 의원은 다보스 포럼에서 盧당선자가 북한에 대한 "상상을 뛰어넘는 대대적인 지원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盧당선자가 적극성을 보이는 金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남북 정상회담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盧당선자는 특히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군사 긴장완화를 위한 군사당국 간 회담과 군사분계선(MDL) 통과 문제를 둘러싼 북.유엔사 사이의 갈등을 푸는 방안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군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金위원장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풀릴 경우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착공, 금강산 육로관광 등 경협 3대 현안도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다.

◇돌파구 마련될까=북한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와 이에 대응한 이른바 민족공조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핵문제는 북.미 간에 논의할 사안이라고 버틸 가능성도 크다. 미국.일본과의 북핵 공조를 챙기고 대북 설득을 위해 중국.러시아와도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남북관계 경색을 타개하는 데 주력했던 지난번 방북과 달리 이번에는 핵문제로 인해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졌고, 북한도 예민해진 상태인 점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내심 바라고 있는 북한이 특사 방북을 계기로 태도변화를 보일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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