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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日 영웅 '난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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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트럭 운전수'출신 파이터가 일본의 '모델.영화배우'출신 영웅을 꺾었다.

24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프로복싱 한.일 챔프전에서 한국 플라이급챔피언 이인영(31)이 일본 챔피언 야시마 유미(28.세계랭킹 7위)를 8회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물리쳤다. 이인영은 5전 전승(2KO)을 기록했고 야시마는 11전8승1무2패가 됐다.

이인영은 2분 8라운드로 벌어진 이날 논타이틀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채점 결과 단 한번도 진 라운드가 없었다. 1라운드부터 야시마를 코너에 밀어넣고 쏟아붓는 이인영의 양손 훅은 강력했다. 1라운드를 마친 야시마는 놀란 표정이었고 두 갈래로 묶은 머리도 풀어져 있었다.

야시마가 주무기인 스트레이트를 날릴 때마다 이인영의 왼손 훅이 밀고 들어왔다. 7라운드에서 이인영의 '소나기'훅에 야시마는 한쪽 다리를 접으며 다운 직전까지 갔으나 맷집으로 버텼다.

야시마는 단순한 일본 챔피언이 아니다. 일본 스포츠계와 여성계에서 '영웅'으로 통하는 대중 스타다. 대학 시절 모델이자 영화배우였던 야시마는 "남자보다 강해지고 싶다"며 4년 전 복서 인생을 택했다.

지난해 9월 호주 챔피언 아만다와 맞붙었을 땐 녹다운 직전까지 갔다가 6회 두방의 스트레이트로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빼어난 미모에 헝그리 정신까지 갖춘 야시마는 일본에 여자프로복싱 열풍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일본 '조세이지신'잡지사의 권투담당 스즈키 기자는 "1천명에 불과했던 일본의 여자복싱 관중을 야시마가 5천명으로 끌어 올렸다"고 전했다.

그런 야시마를 '트럭 운전수'출신 복서 이인영이 눌렀다. 링에서 내려온 이인영은 "때려도 때려도 꺾이지 않는 야시마의 맷집에 놀랐다"며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노련미를 더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 전날 체중 심사 땐 가냘픈 야시마를 보고 마음이 약해질까봐 일부러 눈을 피했다는 이인영이다.

야시마는 "이인영 선수의 파워와 스피드에 밀렸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인영은 5월께 플라이급 세계타이틀전에 도전할 계획이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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