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안될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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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민당과 사민당이「대연정」수립에 합의했다는「본」발제1신을 서울서 전해들은 독일인학자의 첫마디는 『그게될말이냐』는 불평이었다. 서울의 「국제호텔」 에 여장을풀고 한국언론계·경제계를 1주일동안 시찰한「베를린」의「후진국신문연구소」소장「호르스트·셰폴트」씨에의하면 사민당의 연정참여처럼 「밑지는장사」 는 없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가지고간 「본」 발지급전을 훑어븐후 「셰폴트」 씨는 「밑지는장사」 라는 이야기는「빌리·브란트」 의 사민당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라고 못박았다. 그는 사민당이 기민당과 연정을 수립하면 서독의 내정과외교에 「새바람」이 불것으로 보지않느냐는 질문에 『내의견은 정반대』라고 응수했다.
「브란트」 사민당수가 주장하는 동서독접근·동서긴장완화·「함슈타인」 원칙의 포기같은 외교노선이 당장 신통력을 발휘할것으로 기대할수없노라고 「셰폴트」 씨는 예언했다.
그는 물론 사민당의 연정참여가 다소는 서독의 대동구외교에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시인하면서도 그실효만은 에누리하는 눈치였다.
『물론 서독국민들은 동독과의 교류, 동구와의 관계개선을 환영합니다』고전제한 이 후진국전문가는『그러나 그러한 노선은 어디까지나 서독국민의 자유가 희생되지않는다는 울타리안에서의일』이라고강조했다.
독일의정당사, 특히 사민당의 역사에관한 해박한 지식을 구사하는 「셰폴트」씨의말은 59년 당대회서「마르크스」주의와 절연코 계급정당서 국민정당으로 전신한 사민당이 여당의 계열에 들어선데도 정치의 신풍은 기대난이라는 일점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브란트」가 부수상에 외상직을 겸임하는 방향으로 각료직이 안배된다면 친불일변도의 「키징거」-「슈트라우스」노선이 사민당의 국제주의의 바탕위에「균형잡힌외교」로 바로잡힐것만은 기대할수있는 일이다. 「셰폴트」가 증언한 서독국민들의 희망이라는것도 친불도 친미도 반불도 반미도아닌 「외교상의 균형」 이라는것이었다.
69년의 총선거를통한 단독집권을 노리던 사민당이 기민당의 「구혼」을 받아들인것은 「오로지 심리적 동기」 에서라고 「셰폴트」 씨는 판단했다.
수학이 취미라는 이 논리적인 두뇌의 소유자의 판단에의하면 국가민주당의대두가 「나찌즘」이나「네오·나찌즘」의 복활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이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은 몰랐다는 이 겨울나그네는 판문점에서 남북한의「절대적인단절」이 가슴아팠다면서 「인력자원의 개발」―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저개발국가들의 근대화와 공업화의 급선무라는 「우정있는 조언」으로 말을 맺었다.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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