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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윤광준 사진작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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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럽게 들어서 있는 거리에서 건축의 의미를 발견하는 재미를 알게 해준 것은 순전히'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효형출판) 덕분이다.

이 책으로 나는 주변의 건축하는 친구들 대화에 낄 수 있었고, 그냥 뚫어놓은 듯한 창문의 의미를 지껄일 수준을 만들어주었다.

이 책은 틀에 박힌 전개 대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축을 통해 친절하고 쉽게 설명한다. 저자 서현의 문체는 직접 대화하는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축을 유기적 생명체로 파악하게 하는 의도는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고 내용에 몰입시킨다. 때마침 비슷한 유형의 책을 준비하던 내가 서현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전문 영역의 대중적 접근에 관심 많았던 나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전개 방식과 내용의 수위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성공을 거두어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게 한 요인이 된다.'윤광준의 생활명품 이야기'(생각의 나무),'소리의 황홀'(효형출판),'잘 찍은 사진 한장'(웅진닷컴) 등이 그것인데, 과연 한 사람의 큰 업적은 아류를 만들어낸다.

내 경우 서현의 아류임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이러한 유형의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은 그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문 지식을 대중에게 접목시키기 위한 가공과 전달의 방법을 고려한 또 다른 책으로는 '완당 평전'(유홍준 지음, 학고재),'클림트, 황금빛 유혹'(신성림 지음, 다빈치) 등이 있다.

내용을 쉽게 풀어내기 위한 풍부한 자료와 도판의 준비는 모두 필자의 몫이다. 자료의 수집과 유통에 소홀한 우리의 풍토는 집필보다 더 많은 노력을 여기에 들이게 한다.

이는 현장 경험의 축적 없이 되는 일이 아니다. 이들이 움직였을 거리와 소비한 수많은 시간, 나는 그것을 누구보다 정확히 유추해 낼 수 있다.

그 노력 때문에 생소했던 분야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보편적 교양을 높여야 하는 단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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