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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와 사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나라에는 약3백47만호의 집이 있으며, 그가운데 판잣집과 같이 우로를 가릴 정도로서 사실상 주택이라고 볼수없는것이 25만여호가 된다고 한다. 그렇게 치면 실주택수는 3백47만여호로서 필요로하는 주택수 4백89만여호에 대한 부족주택은 26%인 1백27만여호가 되는 셈이다. 도시와 농촌을 함께 보았을 경우는 위와같으나 해마다 주택난이 더해가는 도시만을 본다면, 더우기 서울은 「협소과밀거주」의 여지조차 없는 형편이라 하겠다.
사람은 도시로 밀물처럼 몰리고 주택의 수요는 갑자기 느는데 건축은 그에 따름지 못한다.
기왕의 주택가운데서는 노후하여 못쓰게되는것, 화재 기타로 없어지는것 해서 가중되는 주택난을 외면하고 당국자들은 때와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온다음의 버섯처럼 돋아나는 판잣집을 헐어야한다. 삼계에 몸들곳을 모르는 영세민이나 이들의 막한 사정을 알고도 판잣집을 헐어야하는 당국자사이의 술래잡기는 이제 항다반사가 되었거니와, 모순도 이에이르면 한 극치라할 것이다.
집이라는 것은 의식과 더불어 생활에서 가장 선행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래서 자고로 선정이란 백성들을 「등 따시고 배부르고 하는것을 으뜸으로 하는 소이이기도한 것이다.
엄내무장관이 영세민들의 월동을 돕기위해서 판잣깁 헐기를 중지하도록 전국경찰에 지시했다고 하니, 다가온 겨울동안이나마 「술래잡기」는 없게될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선거를 앞둔 선심의 사탕발림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지마는, 한천에 판잣집을 헐리고 삶의 터전을 잃을뻔했던 영세민에게는 큰 생색일것이 사실이다.
단지 이번 선심이 사탕발림의 임시생색에 그치지 않을 일정으로 되려면 보다 근븐적으로 주택사정의 향상을 위한 사회적인 여러여건을 조성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헐고 헐리는 「술래잡기」에 이제 어지간히 지친 국민들에게 사탕발림이 생색일 시기는 지난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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