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을 빛낼 그녀들!

중앙일보

입력

어느새 눈빌이 달라진 그녀들.
수줍어하던 어제의 그녀들이 눈부신 재능과 아름다움으로 2002년을 장악했다.
이제, 그녀들에게서 미래를 읽는다.

- Photographs by KIM JUNG MAN


나이가 없는 얼굴 - 신민아
식목일에 태어난 신민아는 싱싱한 한그루 나무 같다. 산소를 뿜어내면서 주변을 맑게 만드는 재주가 그렇고, 아직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표정이 그렇다. 하지만 묘하게도 카메라 속의 그녀를 기억해보면 백치미가 넘치는 이국적인 여인이었다가도 청순미가 뚝뚝 흐르는 부러질 듯한 아가씨이기도 했지 않은가. 이렇게 다양한 얼굴을 가졌기에 코스모는 신민아를 서슴없이 Hottest Chick으로 선택했다. 하긴, 같은 또래 N세대 스타들처럼 가볍거나 버릇 없지도 않은 그녀는 이미 많은 기자들의 ‘뜨는 별 리스트’에 올라있다.

어떤 배우를 좋아하나요? 장만옥을 좋아해요. 연기도, 분위기도 맘에 들지만 나이가 들어도 다양한 얼굴이 가능한 배우니까요.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 멋져요. 마흔이 가까운 장만옥의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처럼, 채 스물이 안된 신민아의 얼굴도 나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펴고 하늘 더 높은 곳에 올라 있을 때 다시 한 번 예의 바른 인사를 하는 배우 신민아를 만나고 싶다.
.................................................................. editor 오명선 stylist 강윤주

투명에 가까운 블루 - 이요원
거리에서 보았다면 아마도 모른 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요원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을 때는 물처럼 투명해서 만질 수도 없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 아닌 누군가가 되는 스크린 안에서는 다르다. '푸른 안개'가 그랬다. 시나리오 상의 신우는 한없이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스무 살이었다. 그런데 막상 레코딩한 필름이 돌아가자 전혀 다른 신우가 튀어나왔다. 누구보다도 여리고 맑은 영혼을 가졌지만 강인하고 솔직하고 털털했던 신우…. 그녀만이 낼 수 있는 독특한 컬러가 있다면 아마 차갑지만 맑은 ‘블루’쯤 되지 않을까.

사랑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해요? 이제껏 내가 중심이 되는 사랑만을 생각해왔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버리는 사랑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얼마전 '아프리카' 촬영을 마치고 현재 신하균과 함께 '서프라이즈'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촬영중이다. 연기든 삶이든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1시간, 아니 한달을 하더라도 후회없이 열심히 연기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자 꿈.
.................................................................. editor 최윤정 stylist 소은희

그녀의 시간이 흐른 뒤… - t.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너 없이도, 매일 아침 이렇게 일어나~.’ TV와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t. 힘있는 힙합에서 솔(Soul)이 담긴 R&B 싱어로 변신한 그녀는 더이상 ‘어린’ 가수가 아니다. 미국 래퍼들을 흉내내는 데 그쳤던 시절, 제대로 된 랩의 진수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업타운과 타샤니를 뒤로하고 그녀는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최대 불황이라는 음반 시장에서 30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t의 첫 솔로 앨범은 그녀의 홀로서기가 성공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TV에서 얼굴을 잘 볼 수 없는 게 아쉬운데… 노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언제라도 OK. 다만 오락 프로그램은 개인기 등 노래 이외의 것을 요구하잖아요. 가수가 노래와는 상관없는 ‘재주’로 인기를 얻는 건 왠지 이상하지 않나요? 이 아가씨, 참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있다. 로렌 힐, 드렁큰 타이거, C.B. MASS, 이은미를 좋아한다는 그녀. 얼마 전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삶의 향기’로 멋진 랩을 들려준 t. 랩 듣고서 소름 끼친 적은 처음이라는 이소라씨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 editor 김은하 stylist 최희선

솔직, 담백, 털털 - 공효진

<화려한 시절>의 공효진은 사랑도 솔직 담백하게 할 줄 아는 멋진 여자다. 자칫 썰렁해 보이는 연기도 그녀가 하면 왠지 감칠맛이 돈다. 스크린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최대 강점이 아닐까. 신인 때부터 공효진은 매니저가 속상해 할 만큼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정이 많고, 나름대로 센스도 뛰어나다. 동대문을 뒤져서(물론 그녀는 팔다리도 길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멋지게 스타일링하는가 하면, 자기 발로 뛰어서 직접 방을 꾸몄는데 잡지사에서 모두 인테리어 찍자고 난리였다. 성격? 쿨~하다.

아직도 방송하는 거 불편해요?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화려한 시절'은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류승범 오빠랑 호흡도 잘 맞고, 내가 만든다… 이런 생각 하면서 열심히 찍고 있어요. 어떤 화려한 주연보다도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 멋진 조연 공효진. 그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든든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뿐.
.................................................................. editor 최윤정 stylist 소은희

감춰진 표정을 찾아내는 재미 - 김정화
카메라 셔터의 속도대로 김정화의 표정이 바뀐다. 터프한 웃음을 입가에 띄우기도, 수줍은 듯 망설이는 표정을 보여주기도, 자신의 나이보다 5살은 더 많아 보이는 성숙한 눈길을 보내기도, 무료한 아이처럼 딴곳을 쳐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 안에는 많은 표정이 남아있는 듯하다. '논스톱'에서의 발랄한 대학생 모습만을 떠올리는 당신이라면 그녀의 다른 모습을 받아들이기 위한 자리를 남겨두길 권한다. 데뷔한 지 채 1년도 안되어 삼성전자, 가나 초콜릿, 헤르시나, 주크 등 각 분야의 CF를 장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테니.

최고의 데뷔전을 마친 소감은?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재미있더라구요. CF는 찍을 땐 힘들지만 브라운관에서 보면 멋지고, 잡지촬영은 찍을 때도 재미있고 책으로 나와도 뿌듯하고, TV는 할 때는 잘 모르겠지만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19살,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있는 때, 무엇이든 재미있을 때, 구김 없이 발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 editor 김현주 stylist 양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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