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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연기 솟아라… 세계의 시선 바티칸 굴뚝 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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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12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첫 절차로 추기경들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여 ‘로마 교황 선출을 위해(Pro Eligendo Romano Pontifice)’라고 불리는 교황 선출 전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바티칸시티 로이터=뉴시스]

제266대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 첫날인 12일 저녁(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은 숨을 죽인 채 시스티나 성당 지붕 위로 솟은 높이 180㎝ 구리 굴뚝을 지켜봤다. 추기경 115인의 투표 용지를 태워 교황 선출 여부를 알리는 이 굴뚝에서 흰색 연기가 솟으면 세계는 새 교황을 맞게 된다.

 성베드로 광장을 찾은 이탈리아인 비아트리샤 파브릭(29·로마대 교직원)은 “오랫동안 이탈리아인이 교황이 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추기경이 교황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라노 대주교인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을 염두에 둔 듯했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시작 전 마지막 밤을 현재 가톨릭이 필요로 하는 교황은 어떤 교황인지 토론으로 마무리했다. 콘클라베 첫날은 오전 10시 추기경단 의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집전하는 교황 선출 전 미사로 시작됐다. 이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온 신학대생 알렉스 도디엠(24)은 “각지에 경제난이 심각한 만큼 관용과 사랑을 더욱 널리 퍼뜨릴 교황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기경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성가를 부르며 신이 교황 선출을 인도하길 기원했다. 몰타의 프로스페르 그리츠 추기경의 사회로 한 명씩 비밀 서약을 한 후 추기경 115인 외에 모두 성당 밖으로 나갈 것을 명했다.

 후보 이름이 적힌 투표 용지는 후보별로 나뉘어 붉은 줄에 꿰어진다. 115인 중 3분의 2인 77표 이상을 얻으면 교황에 선출된다. 누가 몇 표를 얻었는지는 영원히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콘클라베에선 이 금기가 깨져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익명의 추기경이 쓴 콘클라베 일기가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책은 베네딕토 16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었다고 밝혔다.

 콘클라베 두 번째 날부터는 하루에 네 번의 투표가 진행된다. 30번까지 투표해 교황을 뽑지 못하면 최다 득표자 2인이 결선 투표를 하게 된다. 베네딕토 16세는 4번의 투표 끝에 선출됐다.

 이번엔 시스티나 성당 굴뚝의 연기가 제대로 피어오를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동안 연기의 흑백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이 많았다고 11일 보도했다. 아직 교황을 뽑지 못했다는 신호인 검은 연기는 전통적으로 지푸라기를 태워 만들었다. 하지만 지푸라기의 젖은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져 종종 혼란이 빚어졌다. 2005년 콘클라베부터는 지푸라기를 화학 약품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이때도 확실히 구분되지 않았다. 6분30초 동안 흰 연기를 만들어내야 할 흰 연기용 약품을 태우자 애매한 색의 연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은 종소리가 울린 후에야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았다. 교황청은 “이번엔 신경을 썼다”고 밝혔지만 무엇을 섞었는지는 비밀에 부쳤다.

이상언 특파원,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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