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LA갤럭시 평가전서 패배

중앙일보

입력

"스트라이커 말고 플레이메이커 이천수 어디 갔어?"

17일 (한국시간) 미국 프로축구 (MLS) LA 갤럭시와의 평가전이 벌어진 로스앤젤레스 인근 스테이트 플러턴대학 타이탄스타디움. 전반전이 끝난 뒤 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과 김광명 기술위원의 얼굴에는 쓴웃음이 가득했다. 김위원은 "이젠 플레이메이커 없는 쪽으로 검토해봐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 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대표팀 관계자들과 언론의 눈은 플레이메이커 이천수에 집중됐다. 결론은 플레이메이커로서는 실망스럽다는 쪽이었다.

이천수는 경기 시작과 함께 투톱인 최용수.김도훈 아래쪽에 자리를 잡았다. 초반 상대진영 아크 부근에서 위.아래로 움직였지만 좀처럼 공을 잡지 못했다. 그나마 몇 차례 공을 잡았을 때는 상대의 겹수비에 막혀 줄 곳을 찾지 못했다.

10분쯤 지나자 이천수는 좌.우 사이드로 빠져나갔다.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비우고 자신에게 친숙한 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이천수는 전반 17분과 42분에는 중앙으로 다시 돌아와 공을 잡았지만 패스 대신 직접 슈팅을 선택했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모두 골로 연결될 만큼 위력적이었다.

이천수는 경기 후 "히딩크 감독이 많이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라고 해 측면까지 나갔다" 면서도 "플레이메이커 자리를 잘 해내고 싶은데 아직은 스피드를 이용하는 사이드가 편하다" 고 털어놓았다.

전반 내내 한국선수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팀 관계자들은 "오랜 훈련으로 선수들이 지친데다 운동장 잔디 상태도 좋지 않아 그런 것" 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반 베스트 멤버가 출장한 갤럭시는 지난해 10월말 리그가 끝난 이후 석달 가량 쉬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보였다. 특히 갤럭시의 스트라이커 크리스 올브라이트는 전반 18분과 38분 한국 페널티 진영 오른쪽에서 빠르게 빠져들어간 뒤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며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투톱에 황선홍.차두리를, 플레이메이커로 박지성을 기용했다. 황선홍과 차두리는 상대의 양쪽을 파고 들며 서로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차두리는 특히 후반 10분 박지성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후반 39분에는 상대 왼쪽을 파고들다 날카로운 중거리슛을 날렸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던 사람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또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첫 선발출장한 현영민은 오른쪽 사이드를 맡아, 30m이상 날아가는 특유의 롱드로우인과 과감한 오버래핑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대표팀은 후반 21분 페널티박스 왼쪽을 파고들다가 골키퍼 김병지와 맞선 상태에서 오른쪽 모서리를 노린 맥킨리 테니슨에게 결승골을 내줘 갤럭시에 0-1로 패했다.

LA=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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