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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에 관한 민중당의 당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중당 유 대통령후보는 지방유세도중 지난 20일 목포에서의 기자회견 석장에서 『민중당은 월남파병반대의 기정당책에 비추어 파병을 기정사실로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을 빠른 시일 내에 철수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하고 『그러나 강제성을 띠지 않은 후방근무요원의 파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주목을 끌었다.
월남파병에 대해 민중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태도는 반드시 석연한 것이 아니었고, 그때 그때의 정치적 분위기에 맞추어 언을 좌우하여 국민을 현혹케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지난 9월3일 월남전선 방문중에 동당 당수 박순천씨는 현지에서 민중당은 당초에는 국군의 월남파병을 반대했으나 현지에 와보니 『한 사람이라도 더 와서 한국의 얼을 심자』는 유의 알쏭달쏭한 발언을 했다가, 그것이 문제가 되자 귀국직후에 월남파병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증파에 반대하는 것이 당책이라고 해명하는데 급급했다.
그리고 동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유씨는 11월5일의 발언에서 『우리의 국방상 불안이 없다면 월남 등 외지에서라도 공산침략에 대항하여 싸우는데 반대치 않는다. …증파란 있을 수 없다는 선을 명백히 말해 둔다』고 하여 그 역시 파병을 기정사실로 인정하되 증파에만 반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짙게 했었다. 그랬던 유씨가 그후 불과 2주일 밖에 지나지 않는 오늘에 와서는 주월국군을 가능한 한 조기철군키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여 태도를 급작스러이 바꾸지 않았나 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확실히 국민을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유씨가 주월 군의 조기철군을 주장하게 된 것이 민중당의 정책변경을 시사하는 것인지, 혹은 유씨 개인의 즉흥적인 발언인지를 우리는 잘 모른다. 그렇지만 민중당의 월남파병에 대한 반대태도가 모호하고, 동당의 책임있는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인사들의 발언내용에 큰 변화가 있어 국민으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게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저 월남파병문제는 그 중요성에 있어서 한·일 협정비준문제에 못지 않게 큰 것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나 야당이 한·일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고 흥분하고 있던 시기에 일당국회가 한·일 협정비준문제와 아울러 일사천리로 파병동의를 주었던 데다가, 원외로 이탈했던 민중당이 국민과의 공약을 어겨 슬금슬금 원내에 복귀하게 됨으로써 파병문제에 대한 동당의 태도는 자연 모호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이 파병을 지지하는 공화당과, 파병을 어디까지나 반대하는 신한당에 비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인데 비준 파동이 끝난 지 1년이 훨씬 지난 오늘 이 마당에 있어서도 민중당이 파병문제에 관해 확고부동한 자신있는 태드를 확립치 못하고 늘 동요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심히 이해키 곤란하다.
월남파병과 같이 선거전에 있어서 중대한 논쟁의 「이슈」가 되는 것은 즉흥적으로 언을 좌우하여 일시 장면을 호도하거나 민중에 영합코자 할 것이 아니라 집권을 바라는 공당이라면 당론을 확립하여 소신있는 자세를 가지고 국민에게 대하도록 해야한다. 반대인지 찬성인지조차 구별키 어려운 흐리멍텅한 태도로써 어떻게 국민을 이끌고 나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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