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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타협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 선거관계법개정심의특위는 5인 소위원을 구성하고 법개정을 위한 여·야 협상을 진행해 왔었는데 이 소위는 법개정범위에 관한 견해차로 말미암아 결렬되고 말았다. 특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5인 소위로부터 보고를 접수, 그 대책을 협의한다고 하는데 이 전체회의에서도 양당간에 새로운 정치적 절충이 없는 한 단일개정안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 원내양당이 내 놓은 최종안을 보면 양당간의 의견차이는 여전히 폭이 넓은 것이었다. 즉 공화당 측은 ①대통령선거법에도 부재자투표제를 신설하고 ②대리투표를 막기 위한 입법조치를 하며 ③정당추천선관위원의 임기 전 교체보장 등을 내세우고있는데 대해, 민중당 측은 이 이외에도 ①선거인명부작성에 대한 선관위의 감독권행사와 ②비정당원의 선거운동참여, 그리고 ③후보자 비방금지조항의 완화 및 ④투표사무종사원의 사전공고와 ⑤투표소참관인의 권한강화 등 5개 항목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같은 양당의 최종안은 현행선거관계법의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점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해서 필요한 법개정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엽말절 즉 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조차 양당간에 의견 차이가 벌어져 단일개정안을 마련치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회정치가 협상과 타협을 모색하는데 그만큼 미숙한 탓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양당 공히 공정한 입장에서 합리적인 법개정을 시도하고자 하지 않고 주로 당리당략의 입장에서 법개정을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은 애초부터 법개정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점고하는 여론의 비난과 야당의 반발을 막기 위해 만부득기 개정협상에 응하는 체 하다가 시일만 지연시키고 법개정을 사실상 불가능케 해버린 흔적이 농후하다. 우리는 이런 점을 심히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데 여·야가 제아무리 당리당략에 있어서 서로들 배척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정당이 권력을 의해서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정치하는 것이라면 보다 더 성실한 자세를 취하고 공정과 합리의 기준 위에서 상반하는 주장을 절충시킬 줄 알아야할 것이다.
이제 법개정과 관련해서 주목을 요하는 것은 민중당이 어떻게 반발하고 나서며 공화당이 어떻게 이를 무마코자하는가 하는 것이다. 정기국회 성립직후부터 민중당은 집권당이 선거관계법 고정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예산심의를 「보이코트」 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었는데 5인 소위가 결렬되자 동 당은 자기네들이 내세운 최종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신년도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결위구성을 거부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중당의 태도경화가 여당을 궁지에 빠뜨려 협상을 강요하겠다는 것인지 혹은 단순한 정치적인 「제스처」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민중당이 예결위구성을 「보이코트」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유명무실해지기 쉬운 예산심의가 완전히 형식적인 것으로 타할 우려가 다분히 있다. 이런 사태의 조성이야말로 국리민복을 해치는 것이니, 우리는 집권당이 수의 위력만을 믿고 설 자세를 취하려할 것이 아니라 다수당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관용정신을 발휘하여 법개정협상에 다시 한번 성의를 보여주기를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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