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할아버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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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집간 조카딸이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이 왔다. 며칠이 지나도록 가볼 여가가 없었다. 그 일이 나로서는 무슨 큰죄를 진것처럼 마음의 부담이 되던중 모처럼의 휴일을 택하여 새 아기를 보러갔다. 방안에 들어서니 이미 의젓한 아빠가 된 조카사위와 아직도 푸석한 모습의 「희」야가 반겨주었다. 보고싶던 아기는 성모마리아의 그림아래 곤히 잠들고있었다. 좁디좁은 이마, 실날같은 눈, 작고도 예쁜입, 그리고 고사리같은 손, 정말 인형처럼 귀여운 아기다.
『희야! 원 어리광만 피우던 네가 엄마가된걸보니 나도 이제는 늙나보지? 그러면 나는 이놈의 뭐가되지?』 『아이 삼촌두,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신데 아직 장가를 안가셨으니 「젊은할아 버지」가 되는걸 모르고 오셨어요』『뭐 젊은할아버지? 기쁘고도 섭섭한데』
우리는 오래간만에 한바탕 웃었다. 영락없이 그렇구나, 서른에 혹이 몇개나 불어나도록 어른이 못된 큰아기니까 말이야. 나는 얼마후 어둠이 깔린 장충단고개를 내려오면서 『젊은 할아버지』하고 혼자 뇌까리며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해가 가기전에 상냥하고 알뜰한 『젊은 할머니』를 찾아야겠다고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장근상·회사원·36세·서울용산구한남동산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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