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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제돌이 귀환, 정치쇼 안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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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유성운
사회부문 기자

11일 서울시청 2층 기자회견장. ‘제돌이’ 야생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와 서울대공원 측이 방류 결정 1주년 브리핑에 나섰다. “제돌이가 다음 달 제주도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진 뒤 6월이면 방류돼 드디어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해온 제주도 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로, 불법포획이 확인됨에 따라 서울시 측이 지난해 3월 방류를 결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제돌이가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대로 헤엄칠 수 있어야 한다”며 “강정마을 바다에 돌고래가 많이 산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때마침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강정마을 앞 구럼비 바위 폭파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던 터라 제돌이는 정치적 존재가 돼버렸다. 이후 서울시는 제돌이 관련 토론회를 열었고, 서울대공원은 ‘돌고래 생태설명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제돌이와 멸종위기 동물 사진전’을 서울시청 지하에서 열고 있다. 모두 제돌이를 위한 것이라지만 서울시의 최근 행태를 보면 제돌이를 이용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민위와 서울대공원 측은 이날 “제돌이가 1년간 야생적응 훈련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돌이가 했다는 훈련은 자연산 활어를 가끔 잡아먹은 게 전부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월 한 차례뿐이었다. 시민위는 또 “동물 운송과 야생적응훈련장 설치, 추적조사 등을 수행하기 위한 학술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방류를 추진해 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용역은 시의회가 예산심사를 까다롭게 한 까닭에 다음 달에야 발주될 예정이다. 방류를 발표하고 고별행사부터 치른 뒤 거꾸로 연구를 시작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아시아 최초의 방류 돌고래’라는 서울시의 홍보가 무색할 정도다.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제돌이가 죽을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은 안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간의 그물에 걸릴 수도 있 다” 고 말했다.

 스스로 원했든 아니든 제돌이는 다음 달이면 제주도로 간다. 6월엔 제주바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러나 박 시장이 당초 언급했던 강정마을은 방류하기 좋은 3개 후보지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제돌이를 돌려보내는 데 올해 세금 7억5000만원이 더 쓰인다. 저소득층 486가구의 한 달 생활비다.

 한 네티즌은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이렇게 걱정했다. “인간 마음대로 잡아 수족관에 키우며 쇼 동물로 이용하다 인간 마음대로 자유를 준다며 바다로 보내면 어쩌라는 건지….” 제돌이가 살아남길 바랄 뿐이다.

유 성 운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