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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99.9%의 소리를 찾아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박홍준 소리이비인후과 대표원장

귀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소리를 듣는 기능과 몸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기능이다. 단순히 얼굴 옆에 붙어있는 두 개의 귀를 보면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에도 놀라운 신비가 숨겨져 있다.

99.9 대 0.1

세상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해지며 귓구멍을 통하여 고막에 닿게 된다. 고막의 진동을 뇌에서 알아듣기 위해서는 귓속에 있는 달팽이관에서 진동을 전기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달팽이관은 물(림프액)로 가득 차있다. 소리가 공기에서 물로 들어갈 때는 대부분인 99.9%의 에너지는 반사되어 잃어버리고 단지 0.1%만 전달된다. 이대로라면 옆 사람의 말소리가 1/1,000로 작게 들린다는 이야기다.

물 속에 잠수한 사람을 밖에서 아무리 크게 불러도 듣지 못하는 원리이다. 우리가 제대로 듣기도 전에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창조주는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우리 몸에서 제일 작고 신기한 세 개의 뼈를 이어 놓으셨다. 이소골이라고 부르는 이 작은 뼈들은 세상과 나를 소리로 연결하는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잃어버린 99.9%의 소리는 거의 대부분 되찾게 된다. 사람이 만든 기계의 열효율이 보통 5-60%인 것을 볼 때 우리 귀는 최고로 효율이 높은 기관인 것이다.

노화·소음도 난청의 원인

사람의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듣기 시작하지만 질병과 사고, 노화현상 등으로 소리를 점차 잃게 된다. 난청의 원인 중에서 제일 흔한 것이 중이염이다.

중이염은 앞에 설명한 귓속의 작은 뼈와 고막 사이에 생기는 질환이다. 어린이들은 감기에 걸릴 때마다 거의 중이염이 동반되게 된다. 흔히 삼출성 중이염이라고 부르는데 작은 뼈가 물속에 잠기게 된다. 많은 경우에서 저절로 회복되지만 종종 고여있는 물을 빼주어야 한다. 중이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고 계속 진행되면 고막이 구멍이 나고 뼈가 녹아버리는 만성중이염으로 이행된다. 이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구멍 난 고막을 새로 막아주고, 녹아버린 뼈를 대신하여 인공 뼈를 세우는 수술이다.

물론 창조주의 솜씨에는 한참 뒤지지만 7-80% 정도의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 종종 귓구멍의 이물(귀지)가 막혀서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샤워나 수영으로 물기가 들어가는 경우에는 갑자기 귀가 멍하고 매우 답답하게 된다. 이 경우 간단히 이물을 제거하면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 꽉 막힌 귀지를 빼낸 할아버지 왈 “뻥 하면서 세상소리가 다 들리네...”

또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소음이다. 소음은 난청뿐만 아니라 이명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필수품이 되어버린 MP3, 이어폰을 끼고 옆 사람에게도 들릴 정도의 큰소리로 듣는 음악은 소음성 난청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볼륨을 50%이내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가 아플 정도의 큰 소리는 청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음으로 인한 난청은 일단 발생이 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책이다.

흔히들 “가는 귀가 먹었다”는 노화현상, 누구나 나이가 들면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노령사회가 될수록 몸은 건강한데 노화성 난청은 증가 일로에 있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때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주변이 소음으로 시끄럽거나 TV 볼 때, 지하철 등에서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잘 분별이 되지 않아 되묻게 된다. 결과적으로 TV 볼륨만 자꾸 올라가 주위 사람들의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위의 어떤 경우인지 난청은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함께 극복한 헬렌켈러는 ‘시각장애는 사람과 사물 사이의 벽이 되지만 청각장애는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다’ 라며 청각장애의 어려움을 표현하였다.

창조주께서 사람에게 두 개의 귀를 주신 까닭은 아마도 양쪽 귀로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균형 있는 생활을 바라셨으리라. 청력, 잘 들릴 때 유지해서 “소 읽고 외양간 고쳐 달라”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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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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