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종합병원' 전희철 활화산 투혼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의 '별지기' 전희철(29). 윗 입술에 두툼한 반창고를 붙이고 코트에서 뛰는 그를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부상'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엔 시즌 전인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장딴지 근육 파열로 2라운드 전 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3라운드부터 복귀, 김병철과 함께 팀의 1위 지키기에 나섰지만 또다시 코트에 뒹굴고 말았다. 지난 8일 코리아텐더 푸르미와의 경기에서 동료 라이언 페리맨과 충돌, 입술이 찢어져 16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그러나 응급조치를 받은 후 곧바로 다시 코트에 나가 승리를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대구 홈경기에서도 역시 반창고를 입술에 붙인 채 25득점을 올리며 모비스 오토몬스를 97-92로 꺾는데 앞장섰다.

"부상요? 이젠 무감각해질 정도예요."

의외로 전희철은 담담하다."누가 다치고 싶겠어요. 제가 맡고 있는 포지션상 몸싸움에서 오는 불가피한 훈장이죠."

붕대를 두르거나 반창고를 붙인 모습은 3년 전부터 그의 단골메뉴였다.

공익근무 이후 복귀한 1999~2000 시즌에는 현대 걸리버스(현 KCC 이지스)와의 경기 중 로렌조 홀의 팔꿈치에 맞아 길이 7㎝,깊이 1㎝로 이마가 찢어졌다. 이후 한참을 붕대를 동여매고 코트에 나서야 했다.

2000년 11월 19일 SK 나이츠전에선 인대 손상과 함께 오른쪽 엄지발가락 뼈 골절로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여기에 종아리 부상까지 겹쳐 13경기를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오리온스 김진 감독은 "희철이의 부상 가능성은 항상 내재돼 있다"고 한다. 무릎이나 장딴지 파열 등은 프로 진출 이전 너무 혹사당해 나타나는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 시즌이 끝나면 바로 대표팀에 차출되는 등 휴식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찢어져서 꿰매는 부상은 "몸싸움이 많은 포지션 변화로 인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다.

전희철 역시 "피흘리고 꿰매는 것쯤이야 몸만 괴로울 뿐, 그 때문에 경기에서 위축되진 않는다"며 피식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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