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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류들의 24시] 료칸, 무엇이 다른가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료칸(旅館)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의식주 생활문화가 한데 모여있는 복합공간이다.

따라서 서양식 호텔과 일본의 료칸 중 어느 것이 더 경쟁력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은 마치 서양화와 동양화 중 어느 것이 더 예술적인지 가리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료칸은 한국의 여관과는 차원이 다르다. 같은 이름인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면 곤란하다. 알기 쉽게 값으로 따지면 여관은 호텔보다 싸지만 료칸은 대개 호텔보다 비싸다. 또 역사가 깊을 뿐 아니라 손님을 마치 에도(江戶)시대의 쇼군(將軍) 모시듯 하는 서비스도 비교할 수가 없다.

일본인들은 료칸만의 서비스를 맛보기 위해 마음에 드는 곳을 수십년 단골로 삼기도 하고 1년 전에 방을 예약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이 단시간 내에 일본문화를 체험하는 데는 료칸에서 묵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도 한다.

우선 방의 구조가 전통 다다미로 돼 있어 이부자리를 깔고 잔다. 이부자리는 반드시 밤에 종업원이 방으로 직접 들어와 깔아주고 아침엔 정해진 시각에 걷어준다. 손님은 이부자리에 손 댈 필요가 없다.

식사도 방에서 한다. 중급 이하의 경우 따로 식당에 모여 하기도 하지만 아침.저녁 모두 손님의 방으로 날라주는 것이 기본이다. 메뉴는 대부분 일본 전통요리다. 지역에 따라 특산물을 사용한 독특한 향토요리를 내주는 곳도 있다. 맛 뿐 아니라 식기와의 시각적 조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요리를 한꺼번에 차리면 식으므로 손님의 식사속도를 봐가며 하나씩 내온다. 종업원은 자기가 맡은 객실들의 요리시중이 겹치지 않도록 식사시간을 10~15분 정도 엇갈리게 잡는다.

체크인 한 뒤에는 료칸이 제공하는 일본식 '유카타(浴衣)'로 갈아 입는 것이 관행이다.

료칸 내에서는 유카타 속에 내의만 받쳐입은 채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공동으로 이용하는 대욕장에선 온천 분위기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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