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500만 명 이용…자국 항공사 2곳 전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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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활동하는 세계적 작가 알랭 드 보통은 2009년 런던 히스로 공항 관계자로부터 이색적인 제안을 받는다. 한 해 전에 개장한 히스로의 새 터미널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새 터미널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는 것. ‘히스로 첫 상주 작가’가 된 보통은 터미널 탑승구 사이에 놓인 책상에 앉아 승객들과 비행기 조종사, 수하물 담당자, 공항 교회 책임 목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관찰해『공항에서 일주일을』을 완성한다.

이 터미널이 바로 히스로 제5터미널인 ‘터미널5’다. 히스로 공항엔 다섯 개의 터미널이 있다. 서울발, 런던 도착 때 대한항공은 터미널4, 아시아나는 터미널1을 사용한다. 최첨단 느낌이 물씬한 터미널5는 42억 파운드(약 6조8700억원)를 들여 6년 공사 끝에 2008년 3월 문을 열었다. 1989년 디자인 시안이 나온 이후 개장까지 19년이나 걸린 장기 프로젝트다. 히스로 공항은 그 전까지 너무 붐벼 여행객들로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공항’,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공항’ 중 하나로 꼽혔다. 터미널5는 이런 애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어졌다. 터미널 건설을 위해 당시 강 2개를 우회시키는 등 대규모 공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히스로 공항 이용객은 약 7000만 명. 이 중 절반인 3500만 명이 터미널5를 이용한다. 이곳은 두 개 항공사만 독점 사용한다. 세계 최대의 항공 기업 중 하나인 IAG(International Airlines Group)에 속한 브리티시 에어라인(BA)과 이베리아 항공이다. 실내 규모는 37만1500㎡(약 11만2400평). 본관과 2개의 별관으로 돼 있다. 본관은 길이 396m, 너비 176m, 높이 40m로 단일 건물로 따지면 영국 최대 규모다. 본관엔 식사?쇼핑?휴식 등이 가능한 100여 개의 편의시설이 있어 승객들이 출국 게이트를 통과한 뒤 탑승할 때까지 남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터미널5는 지난해 글로벌 항공사·공항 평가업체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실시한 ‘세계의 공항터미널’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BA는 터미널5에 6000만 파운드(약 970억원)의 비용을 들여 2500명을 수용 가능한 라운지 6개를 마련했다. 퍼스트 클래스 승객을 위한 라운지인 콩코드룸을 비롯해 클럽 라운지 3곳과 도착 라운지 등이다. 라운지에는 샤워룸과 세면장, 개인 컴퓨터 166대가 설치됐다. 콩코드룸은 사전 예약을 해야 쓸 수 있는 프라이빗룸과 비즈니스 스위트, 웨이터 서비스, 고급 스파 등으로 차별화돼 있다.

런던=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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