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론자 데이비스도 “북핵문제 협상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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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린 데이비스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년5개월 전만 해도 북한 문제에서 국무부 내 대표적인 대화론자였다. 그는 2011년 10월 전임자인 스티븐 보즈워스의 뒤를 이어 대북정책특별대표에 임명됐다. 그랬던 그가 달라졌다. 지난해 2월 29일 북한 측과 식량 지원을 조건으로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금지에 합의했다가 보름 만에 미사일 발사라는 뒤통수를 맞은 게 계기가 됐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대화를 위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등의 북핵 5원칙을 밝혔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핵을 매개로 한 어떤 협상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은 3차 핵 실험은 데이비스 특별대표 같은 미국 내 대화론자들의 운신의 폭을 잔뜩 좁혀놓았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청문회에서 지난해 12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나라가 60개국이었으나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한 뒤에는 80개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규탄하는 나라들의)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북한의 위험한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결속도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지금 기류를 감안할 때 북한 문제를 풀려면 한국의 새 정부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내 대화론자들의 경우 박근혜 정부가 내건 신뢰 프로세스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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