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대통령이 영화배우로 데뷔?

중앙일보

입력

"모든 일정을 취소하세요. 학생 체육관으로 갑시다. "

김대중 대통령이 영화에 '출연'했다. 물론 가상 상황이다. 제1회 전국청소년 힙합대회에 참가한 딸을 보려고 바쁜 정치일정을 뒤로 미루고 공연장으로 달려갔다. 체육관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수근거린다."야, 진짜 대통령을 꼭 닮았네."

19일 개봉하는 영화 '턴 잇 업'(Turn it Up) 의 막바지 장면이다. 강용규 감독의 '턴 잇 업'은 요즘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인 힙합을 소재로 한 명랑영화. 영화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점은 찾기 어렵지만 춤과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모습만큼은 현실감 있게 낚아챘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김대통령이 나오는 부분이다. 춤은 좋아하지만 대통령의 자녀라는 굴레 때문에 주변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딸 보경을 위해 잠시 국사를 접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한 것.

대통령역을 맡은 사람은 울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송양규씨다. 2년 전 한 방송사에서 개최한 닮은 사람 경연대회에서 얼굴을 알렸다. 최근엔 황태요리 광고에도 출연했고, 올 여름 개봉할 영화 '천사일'에도 나올 예정이다.

실제 대통령보다 얼굴이 더 크고 목소리도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시사회장의 관객들은 그의 행동을 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TV 시사코미디 등에서 종종 패러디됐던 '제왕적' 대통령이 몸을 낮춘 것에 대해 즐거워했다. 이 시대 젊은 관객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게 이런 것은 아닐지. 지나친 억측은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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