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MLB] 이상훈을 그냥 놔둬라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가 아니라면 어디도 가지 않겠다"

한국에 있을때나 일본에서 미국행을 선언할때도 그의 뜻엔 변함이 없었다. 오직 모든 야구선수들의 꿈인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꿈'하나였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쫓았다면 쉽지않은 선택이다. 그의 미국행은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하는지 모른다.

무모함, 돈키호테, 헛된꿈.

멕시코행도 불사하겠다는(멕시코리그행 선언은 아니였지만) 인터뷰가 나간뒤엔 더욱 그의 거취에 대한 비난의 강도가 세졌다.

일본이나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보장받은 부와 명예, 이미 팀에서 방출당하고 빅 리그는 멀어진 것이 분명한데 버티기만 하는 것은 어리석다는게 비난의 요지다.

힘들고 이길 수 없는 것. 모두들 포기하는 일. 먼 나라 이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현실에서도 우리는 수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고난의 극복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왜 이상훈은 과대망상의 돈키호테로 평가 받아야 하는가?

그의 사이트(http://www.sanghoonlee.co.kr)를 찾는 이들은 사업에 실패해 재기를 노리는 사업가, 입시에 실패한 재수생 등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상훈이 이들의 귀감이 될 필요는 없다. 그는 모든 실패한 사람들의 표본이 아니다. 다만 힘들고 어려워도, 막다른 곳에 몰려도 꿈을 놓지않는 한 명의 야구선수일 뿐이다.

1995년 토네이도 돌풍을 일으켰던 노모 히데오(보스턴 레드삭스)는 이상훈을 비난하는 많은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신인왕. 쿠어스 필드에서의 노히트 노런 등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노모는 한 차례의 수술을 겪은 후 소속팀 LA 다저스에서 쫓겨났다. 방어율은 치솟았고 성적은 끝없이 떨어졌다.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또 다시 쫓겨나 밀워키 브루어스에 둥지를 튼 노모에 대한 평가는 '이젠 완전히 끝났다'였다.

그러나 노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고국으로 돌아오라는 비아냥 섞인 말들을 뒤로한채 메이저리거로 야구인생을 끝마치겠다고 말했다. 노모는 결국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거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더 이상 비난은 없었다.

이상훈이 노모와 같은 길을 걷는다는 보장은 없다. 두 번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호사가들의 말처럼 멕시코리그와 독립리그를 전전한 돈키호테로 평가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꿈을 쫓아 최선을 다한 그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시절의 이상훈은 충분히 쓸만한 투수였다. 현재의 도전이 무모하지 않은 충분한 이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