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7명만 11일 임명… 대통령, 4명 남겨 야당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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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비서관회의 허태열 비서실장(왼쪽 셋째)이 7일 오전 청와대 위민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 정국을 비상시국으로 판단하고 6일부터 매일 오전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모철민 교육문화·이남기 홍보 수석, 허 비서실장, 곽상도 민정·주철기 외교안보 수석. [최승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후보자 11명 가운데 7명에 대해서만 오는 11일 임명장을 주기로 했다. 11일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5일째 되는 날이다. 보름 만에야 박근혜 정부 새 장관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7명은 류길재(통일)·황교안(법무)·유진룡(문화)·진영(보건복지)·윤성규(환경)·방하남(고용노동)·조윤선(여성가족) 후보자 등이다. 청문회를 통과했으나 부처 명칭이 바뀌는 서남수(교육)·윤병세(외교)·유정복(안전행정)·서승환(국토교통부) 후보자에 대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장을 주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끝난 장관 후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박 대통령은 임명장을 주지 않았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비상시국이니 비상하게 움직여야 하는 데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야당이 양보해도 합의를 거부하고,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통과시켜줘도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북한이 60년 된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고 이 상황을 누구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통령이 야당을 굴복시키기 위해 통일부·외교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안보마저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박 대통령도 이날 오후 일단 7명에 대해선 임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보류했다. 야당에 대한 압박 소지를 남겨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행 대변인은 “(지금 임명장을 주고 나중에 법안이 처리되면) 유정복 행안부 장관이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로 다시 청문회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발끈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의 경우 부처 명칭이 바뀌는 부서라 하더라도 다시 청문회를 하라고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며 “국정공백을 야당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무회의는 내주에도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박 대통령은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이들 7명과 함께 부처 현안에 대한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박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는 갈수록 꼬이는 인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치 지도자들 모두가 본연의 소임이 무엇인지 스스로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이 한번 대통령을 믿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래서 잘못됐을 때는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한 목사의 말을 거론하며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사심 없이 국민만을 생각하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노력할 때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다”고도 했다. 야당 지도부가 ‘사심’을 갖고 있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입법기관을 대통령의 말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통법기관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받아쳤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박 대통령은 장관이 없어서 국무회의를 하지 못하고 손발이 없어서 공식일정을 잡지 못한다면서도 대국민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는 전략적 태업”이라고 주장했다.

글=신용호·하선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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