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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엘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 나라에서 외국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1등 국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등 국민들이 보고 온 것 중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가정생활의 근대화라 해도 과히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자가용차와 TV·온냉수의 이용·연료의 전화와「개스」화·자동세탁기 따위가 부러워서 못 견디겠다고들 한다.
아마 경제 개발계획을 세우고 이를 착실히 실행하여 문화생활을 누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도 바로 그러한 1등 국민들이 아니었는지. 높은 꿈을 갖지 못하면 진보하고 발전할 수 없다는 선철들의 이야기가 옳은 것이라면 잘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그르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먼산만 바라보고 걷다 가는 코앞에 파놓은 함정에 빠져서 발목을 삐기가 일쑤라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근대화다, 산업건설이다 해서 우리는 정유공장이다, 대단위탄좌다. 또는 제철공장이다 하고 멋있는 시설이 서 가는 것을 기뻐하다가 바로 연료파동이란 함정에 빠진 것이 우리의 실정이 아니겠는가. 정유공장에서 나오는 「벙커·C 」유로 연료를 대체한다. 도시 「개스」화를 서두른다 하는따위의 것이 문화생활을 위해서 먼 장래의 기어이 실현되어야 하겠으나 그것이 하루 이틀에 이루어 질 수 없는 노릇일 게다. 비록 기술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소득이 그에 따르지 못한다면 한낱 꿈이 아닐까.
차츰 수은주는 내려가고 있는데 연료파동염려없다고 떠들던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가. 아무 실권 없는 시장에게 연료파동수급의 책임을 씌운 것은 언제부터인가. 생산이 잘 되고 있으며 수송도 잘되고있으니 연료파동은 염려 없다던 사람들의 안방만이 따뜻하면 다된것이냐. 서민들이 줄을 서고 그것도 값을 배로 내야만 한 두개 얻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는가.
기왕에 시기를 놓친 바에야 헛소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최선을 다해서 다같이 고루 춥고 고루 고생하도록 부족하나마 나눠 쓰는 것이 옳을 것이다. 날씨는 추워지고 연료은 부족한데 고루 고생하려는 따뜻한 마음씨마저 없다면 너무나 춥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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