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300~400장 갖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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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협과 우리.부산.광주은행 현금카드 위조 사건은 중국동포를 낀 일당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자수한 중국동포 全모씨는 경찰에서 "범행을 사주한 朴모씨 등 한국인 세명이 3백~4백여 장의 카드를 갖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朴씨 등의 지시로 지금까지 수십차례 돈을 인출했으며 하루에 수천만원까지 빼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을 제외한 인천.수원.대전.대구.부천.구미.신탄진 등지의 은행에서 돈을 뽑았다. 장소나 시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朴씨 일당의 범행이 상당히 치밀하고 대규모로 저질러졌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全씨에 따르면 朴씨 등은 "부자들이 은행 창구에서 직접 돈을 인출하면 세금이 많이 나오지만 현금인출기로 뽑으면 세금을 40% 깎아준다. 그래서 이런 아르바이트가 필요하다"면서 중국동포들을 그럴 듯하게 설득했다.

朴씨 등은 범행에 동원됐던 중국동포 네명을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원룸에 합숙을 시키면서 휴대전화 두대를 사 줘 언제든 연락이 가능하게 했다.

범행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朴씨 일당은 일주일에 한두차례 차를 몰고 나타나 중국동포들을 은행으로 데려간 뒤 비밀번호가 뒤에 적혀 있는 현금카드를 주면서 잔액을 모조리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全씨는 "지방으로 내려갈 때도 한번도 행선지를 미리 알려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朴씨 등은 찾아온 돈이 5백만원이 넘을 경우 1인당 10만원 정도의 수고비를 줬고 인출 액수가 클 때는 1백만원까지 줬다.

자수한 중국동포들은 "일을 하다보니 좀 이상해 이달 초 朴씨에게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朴씨가 '법적으로 전혀 문제없는 일이니 안심하라'고 말해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자수한 全.李씨는 2001년 1월 유학비자로 입국해 서울 K대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했으며, 유학비자 기한이 끝나자 안산공단의 모 중소기업체에서 일하며 불법체류해 왔다.

문병주 기자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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