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승부조작 의혹 경기는 오리온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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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희 동부 프로미 감독이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고양=뉴시스]

강동희(47) 프로농구 동부 감독이 7일 승부조작 혐의로 의정부지검에 소환된다.

 소환을 하루 앞둔 6일 강 감독은 굳은 표정으로 고양실내체육관에 나타났다. 오리온스와 경기를 지휘하기 위해서다. 강 감독은 “공인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모든 언론에 나온 내용은 검찰에 출두해 정확하게 소명하고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순철 동부 사무국장은 “감독님이 밤새 한숨도 못 자 몹시 지쳐 있다. 질문을 자제해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강 감독은 승부조작 브로커 최모(37)씨로부터 3900만원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강 감독은 “그런 적이 없다. 조사해 100원이라도 나오면 다 내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강 감독 혼자 승부조작을 했다”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다. 4억원의 연봉을 받는 강 감독이 3900만원 때문에 승부조작을 한다는 건 액수에 비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씨는 왜 강 감독을 지목했나=최씨는 10여 년 전부터 농구판을 기웃거리며 선수·코칭스태프와 친분을 쌓았다. 비공식 에이전트로 활동하며 농구인들의 소소한 일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강 감독은 10여 년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 이후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로 지냈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6일 “강 감독을 소환하는 이유는 최씨가 가장 많이 (강 감독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있기 때문에 조사를 더 해보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 감독은 “아는 사이는 맞다. 그런데 최씨가 나를 지목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해 하고 있다. 최씨가 승부조작을 의뢰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뒤 강 감독에게 혐의를 떠넘기고 있다는 게 강 감독 측의 주장이다.

 한 농구인은 “강 감독이 최씨와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돈거래를 통해 승부조작을 할 정도로 가깝지 않았다.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축 선수 빼고 경기=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경기는 2011년 3월 11일 당시 꼴찌였던 오리온스와의 경기다. 동부는 이날 72-93으로 크게 졌다. 강 감독은 이 경기에서 김주성과 윤호영 등 동부의 주축 선수들을 쉬게 했다. 그 대신 신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틀 뒤 열린 KT와 경기에선 김주성과 윤호영이 모두 나와 각각 30분 가까이 뛰었다. 이 경기에서도 동부는 67-87로 대패했다. 동부는 2011년 2월 26일 정규리그 4위를 확정한 뒤 치른 8경기에서 2승6패로 부진했다.

 이에 대해 일부 농구 관계자는 “정규리그 순위가 확정된 뒤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 주축 선수를 모두 빼고 경기를 하기도 한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선수 가담은 없었나=최씨는 사석에서 프로농구 선수들도 승부 조작에 가담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정확한 경기와 선수 이름까지 대며 지인들에게 베팅을 권유했다고 한다. 일부 프로농구 선수도 “승부조작 제안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의정부지검은 6일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강 감독을 수사한 후에 알려드릴 내용이 조금 있을 것 같다”며 “필요에 따라 감독·선수·관계자 등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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