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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타고투저 완화

중앙일보

입력

올시즌부터 새로 적용되는 '스트라이존' 확대가 프로야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에이스 투수들의 해외 진출과 용병 슬러거들의 맹활약으로 비롯된 극심한 `타고투저'가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시즌에는 펠릭스 호세(롯데)와 타이론 우즈(두산)로 대표되는 용병 슬러거들이 공격부문 타이틀을 휩쓸면서 지난 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소인 15승의 공동 다승왕이 탄생하는 등 투수들이 큰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타자의 벨트라인을 상한선으로 하던 스트라이크존이 어깨까지로 공 2개크기(15㎝) 가량 높아지면서 표적 공간이 넓어져 투수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반면 새로운 스윙궤적에 적응해야 하는 타자들의 위축현상은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한 메이저리그의 경우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의 방어율이 4.70과 4.86로 전년의 5.00과 5.30에 비해 낮아진 반면 타율은 종전 0.266과 0.276에서 0.261과 0.267로 오히려 떨어져 투수가 많은 혜택을 봤다.

투수 중에서는 제구력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150㎞대의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공간의 덕을 볼 것이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경백 인천방송 야구해설위원은 "볼을 던질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면서 투수가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전개,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제구력보다 빠른공을 자랑하는 이혜천(두산)과 임창용(삼성) 등이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낙차 큰 커브와 싱커, 포크볼 등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구사하는 투수들이 타자와의 승부에서 확대된 스트라이크존의 이점을 잘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투수들이 좋아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종전 스트라이크존에서 낮은 공 위주로 승부하던 투수들이 높은 공을 던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홈런의 제물이 되는 등 장타를 맞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투수들이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이닝 교대시간이 짧아지고 수비들의 체력 부담도 줄어 팬들은 경기시간이 단축되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마주하게 된 심판들이 확고부동한 스트라이크존을 설정, 자신감있는 판정을 하지 않으면 `판정시비'가 불거지면서 오히려 경기 시간이 길어지고 팬들의 불만을 사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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