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시비 잇따르는 울포위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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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미국의 보수주의를 대변한 힘의 '전사(戰士)'에 불과할 것인가, 세계 경제발전을 이끌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인가.

17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차기 총재로 추천된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61.사진)에 대한 자격 시비와 논란이 그치질 않고 있다.

울포위츠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자 주요 언론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 전쟁의 설계자라는 자신의 이미지는 부적절하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의 해명은 일단 부드럽게 시작된다.

"세계은행 총재가 된다면 세계은행에 대해 미국의 뜻을 강요하지는 않을 것"(로이터 통신),"세계은행 체제를 바꾸지 않고 정치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하지않을 것"(르 몽드)

최근의 비난이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나선 그는 "나를 알게 되면 내가 이라크 전쟁 그 이상이며 나에 관해 지적한 것들이 부정확한 묘사라는 것을 쉽게 깨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개도국 지원에 미국식 가치를 우선할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그는 "아프리카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하며 선진국이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에도 불구, 그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8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울포위츠가 총재를 맡는 세계은행은 '미국 은행'이 될 것"이라며 신랄히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추한 미국 은행'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미 국방부가 보인 급진적이고 경직적인 태도로 볼 때, 울포위츠 부장관은 세계은행 총재 자리에 앉은 뒤 제시할 경제적 조언들에 대한 신뢰를 이미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최근 터진 세계은행 여직원과의 염문설도 그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이혼한 상태인 울포위츠가 세계은행 북아프리카국 공보자문역으로 일하는 샤하 리자라는 튀지니 출신 영국인 이혼녀와 2년째 연인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18일 보도했다.

세계은행 24인 이사회는 오는 31일 그에 대한 인준표결을 갖기 전에 회동을 갖고 울포위츠에 대한 청문회 성격의 '면접'을 갖기로 했다. 외신들은 세계은행이 선출에 앞서 추천 인사를 '면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울포위츠가 이라크 전쟁을 '기획한 인물'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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