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본 강남] 시험기간엔 거리 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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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명화(46)씨는 중학교 2학년 딸의 시험 기간에는 새벽에 귀가한다. 지난해 기말고사 기간에 술에 취한 채 자정쯤 들어갔다가 타박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애 공부하는데 리듬 끊지 말고 차라리 새벽에 들어오라”고 했다. 이씨는 시험 기간에 회식이 있으면 아예 새벽 2시쯤 들어간다.

 이씨 주변이 별난 게 아니다. 대치동에선 시험 기간에 학생뿐 아니라 부모까지 일상을 멈추고 시험 모드에 들어가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고 한다. 거리가 한산해질 정도란다. 그래서 분석해 봤다. 중간·기말시험 기간에 실제 이 지역의 소비활동이 줄어드는지 말이다. 또 다른 지역은 어떤지도 함께 분석했다.

 현대카드 회원 중 대치동과 압구정·청담동, 그리고 비강남권에서 가장 소비성향이 낮은 금천구 세 곳을 비교군으로 선정한 뒤 소비 형태를 분석·비교해 봤더니 일반이 알고 있는 상식이 사실로 드러났다.

 대치동은 지난해 2학기 기말시험(12월 3~5일) 2주 전부터 카드 사용이 현격하게 줄었다. 지난해 10~12월 해당 지역 평균 사용액을 100으로 봤을 때 기말시험 2주 전부터 시험 전날까지의 평균은 88로 12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시험 기간에는 81로 7포인트가 더 떨어졌다. 시험 기간에는 평소보다 카드 사용액이 20%포인트 가까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같은 강남인 압구정·청담동은 어땠을까. 기말시험 전 2주는 96, 기말고사 기간에는 94로 일부 줄었다. 그러나 대치동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미미했다. 금천구는 기말고사 2주 전부터 카드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났고(100→101), 기말고사 기간에만 97로 다소 줄어들었다. 자녀 학교 시험이 소비 패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셈이다.

대치동 우성아파트에 는 시험 기간마다 “정숙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는다.

 대치동에서 시험 기간 중 가장 크게 소비가 준 게 외식이었다. 시험 3주 전에는 180을 상회하던 외식 소비가 2주 전에는 120까지 떨어졌고 시험이 시작되면서 75까지 뚝 떨어졌다. 금천구는 시험 기간과 무관하게 평균 91~92를 유지했다. 나유진 현대카드 고객전략팀장은 “시험 기간 중 대치동 소비가 감소한다는 게 실제 데이터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번 분석은 현대카드 이용자 중 지난해 11~12월 교육 관련 매출이 10만원 이상 발생한 30~50대 주민 1298명을 대상으로 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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