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선택에 7년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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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산운용사들이 6일 일제히 재형저축펀드(재형펀드)를 내놓는다. 같은 날 출시되는 은행권의 재형저축적금(재형적금)과 달리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게 특징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개 자산운용사가 재형펀드 약관심사를 마쳤다. 회사당 여러 개의 펀드를 내놓아, 상품 수로는 70여 개에 달한다. 재형펀드에 가입하려면 판매 신고를 한 40여 개 증권사 창구에 가는 편이 좋다. 몇몇 은행에서도 이 펀드를 팔지만 아직 구색이 다양하지 않다.

 시중은행이 내놓는 재형적금은 미리 정한 이자를 받는 원금보장형이다. 국민·우리·신한 등 주요 은행은 최고 4.5% 안팎의 금리를 책정했다. 은행권의 정기적금 금리(3.4%)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가입 뒤 3년간은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를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본지 3월 4일 b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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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용사가 굴리고 주로 증권사가 판매하는 재형펀드는 실적 배당 투자상품이다. 재형적금은 금리 차가 날 뿐이지만 재형펀드는 투자 대상, 자산 배분 비중, 운용 방식 등이 다양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9개, 삼성자산운용 6개, 미래에셋자산운용 5개 등 대형 운용사는 첫날부터 여러 개의 재형펀드를 내놓는다.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의 자(子)펀드로 설정된 것이 대부분이다.

 재형적금과 재형펀드 중 어느 것이 나을지 획일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높은 위험에 보다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펀드를, 수익은 덜해도 안정성을 원한다면 적금을 택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최소 7년, 길게는 10년간 유지해야 하는 장기 상품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재형저축과 유사하게 세제 혜택이 있고 장기로 들어야 하는 연금저축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연금저축의 10년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펀드가 신탁(은행)이나 보험보다 나았다.

 같은 구조의 일반 펀드와 비교하면 재형펀드의 판매보수와 운용보수가 낮다. 일반 펀드의 보수는 평균 1.5%인데, 70여 개의 재형펀드 대부분이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합쳐 1%를 넘지 않는다. 재형펀드에 주어지는 비과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채권형이나 해외주식형 펀드가 유리하다.

 어느 정도 성과가 검증된 펀드 중에서 재형펀드로 나온 것을 고르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이미 운용되고 있는 모(母)펀드의 설정액 규모나 성과를 참고하면 선택이 쉽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는 ‘글로벌다이내믹 재형(채권)펀드’는 지난해 유사 펀드가 11.45%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밸류 10년 투자 재형(채권혼합)’은 10.14%, ‘한국투자 재형글로벌타깃리턴증권(주식혼합-재간접)’은 모펀드가 8.39%의 수익을 올렸다. 물론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납입 한도 안에서 투자 대상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만큼 ‘양다리’도 가능하다. 김봉수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은 “재형펀드는 가입 후 전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성향에 따라 안정적인 채권형과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펀드에 분산투자를 하면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경계를 넘어도 된다. 재형적금과 재형펀드에 분산 투자해, 수익률은 높이고 위험은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93개 저축은행은 다음 주부터 재형저축 상품을 출시한다. 금리는 연 4%대 후반을 검토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체국은 재형저축 출시일을 15일로 정하고 현재 금융위원회와 약관·상품설명서를 협의하고 있다. 단위농협·신협·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사도 6일 재형저축 상품을 내놓는다.

김수연·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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