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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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번 10월엔 연휴가 두번. 두번째이자 마지막 연휴도 가고, 10월도 그럭저릭 다 가버린 느낌이다. 이번 연휴 이틀동안 한국의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햇볕도 따스했다. 산에 오른 사람들은 계곡과 계곡에서 한참 무르익어가는 단풍의 절묘한 색조를 즐겼을 것이고, 양지바른 능선에 연해있는 단풍잎이 벌써 시들기 시작한 것을 보고, 오솔길에 깔린 잎사귀를 밟으면서, 저물기 시작한 가을의 정취를 아쉬워 했을까.
10월이오면 공연히 즐거워지는 것은 학생들뿐만은 아니다. 1주일 이레와 한달 서른날을 쉬지않고 일하고 벌어도 시원치 않을 살림이지만, 휴일없는 인생이란 상상할수 없다. 1주일에 한번씩 낀 휴일에 하루나 이틀의 덤이 붙을때, 더욱 휴일이 연달아 찾아줄때 덧없이 즐거워지는 것은 남녀노소가 다를바 없다. 휴일이나 연휴는 나태나 유흥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휴식을 뜻하기 때문. 휴식은 벌고 먹고 사는, 벅차고 고된 몸부림을 식혀주는 청량제의 구실을 할수있고, 살아야 하는 인생이 아니라, 살고싶은 인생을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경일과 같은 공휴일이 일요일과 켭칠땐, 다음 월요일까지 쉬어서, 연휴라는 횡재를 누릴수 있었던 시절이있었다. 건설의 메아리와 함께 어디론지 사라져버린, 그풍습을 다시 되찾을 도리는 없으까. 그풍습이 미식에서 유래한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 일하는 1주일은 금요일 오후까지로 끝나고, 사실상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의 연휴를 줄기는것도 미식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우리에겐 부질없는 푸념이 될수밖에 없다. 참새와 황새의 비유를 가지고 공박해오면 할말은 없지만, 그풍습은 미국인들이 누리는 개인소득이나 「엥겔」지수못지않게 부러운것이 사실이다.
건설의 목표를 공장의 수효나 외화보유고의 증가에 두지말고, 휴일과 연휴일수의 증가에다 두고 보면, 서민들에겐 더 알기 쉽고, 또 더 큰 공감을 얻을 수있다. 더많은 휴일을 더욱 보람있게 즐기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백성이 잘사는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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