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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평화를 심는 전당…파란의 2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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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쟁의 참화서 벗어나 미래의 세대를 구한다>
오는10월24일은 제21회「유엔」의 날이다. 「유엔」 총회는 1947년10월31일의 결의로 1945년10월24일에 「유엔」헌장이 발효된것을 기념하여 10월24일을 「유엔의날」로 공식 명명하었다.
이날은 「유엔」의 목적과 성과를 세계 모든사람에게 알리고 「유엔」의 활동에 대하여 지원을 획득하는데 바쳐야 하며 또한 가맹국도 협력하여 이 기념일을 축하하도록 되어있다.
「유엔」 헌장서문에는 『우리 한평생에 두번이나 필설로 다 그릴수없는 비애를 인류에게 준 전쟁의 참화에서 미래의 세대를 구한다』는 평화의 이념이 고창되고있다.
그러나 21년이 지난 오늘날 이평화의 이상은 당시에 「유엔」창설에 중요한 역할을한 「혈」 전미국무장관이 최근 그의 회상기에서 말했듯이 실현이 어렵다. 그는 『우리들은 「유엔」에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 평화의 이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유엔」이 효과적으로 활동하려면 시간과 인내와 국가간의 협조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유엔」은 각각 주권국가이며 가맹국의 집합체이다. 환언하면 현재의 「유엔」은 세계연방이나 세계정부가 아니다.
따라서 주권국가의 위에서는 초국가적 인권력기구가 아닌 가맹국가의 총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세상사람들은 「유엔」이 탄생할때부터 이어받은 이제약과 한계를잊고 「유엔」무력논을 발언하기가 일수이다.

<각국의 이해타산속에 세계정부 기대빗나가>
2차대전의 전화가 아직도 꺼지지 않은가운데 「유엔」 이 세계평화의 이상을 고창하면서 발족하였을때 누구나 평화을 바라는 나머지 명소 실제에서 벗어난 이상적인 「유엔」상을 마음속에 그렸다.
그이상적인 상이 어디선가 「강력한정부」와 결부되고 때로는 분쟁을 즉각 해결할수 있는 「만능의구세주」라고 생각했던 것같다.
그러나 환상은 환멸을 갖게하는것-. 「유엔」을 구성하고있는 가맹국이 본시 헌장을 통해 「유엔」에 그만한 권능을 주고있지 않았으면서도 아직 그 불충분한 헌장의 규정조차도 권력정치의 장애로 완전히 실시되고 있지않은 세계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제멋대로 「유엔」에 걸수없는 기대를걸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았다하여 「유엔」이 무력하다고 환멸을 갖고 차츰 「유엔」에 관심을 안가지는 과정이 되풀이된다면 「유엔」은 참말로 무력화 할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유엔」 만큼 이상과 현실이 혼동된 존재도 이 세상에는 드물다.
어느때는 평화를위한 이상의 전당이 되었다가. 어느때는 국가간의 정치적인 흥정이 오락가락하는 현실적인 장소도 되고었다.
표면으로는 모든 나라가 「유엔」의 생명이라고 할수있는 평화유지활동의 강화를 희망하면서 일단 구체적인 방법을 토의할때는 각국, 각「그룹」의 이해를 반영하여 의견이 크게 갈라지고 있다.
강대국은 강대국대로, 진영은 진영대로, 소국은 소국대로 각자 자국의 이익에 합치하는 해결방법을 고집하는 폐단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있다.

<53년까지 냉전 심해 「콩고」분쟁땐 위기도>
이때문에 지난 21년간 「유엔」은 때로는 위기에 빠졌고 때로는 위신을 자랑하는 부심상태를 되풀이하였다.
1947년부터 1953년께 까지의 「유엔」은 미·소냉전의 무대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은 「유엔」을 활용하였고 소련은 「유엔」을 백안시하였다.
1955년 부터 「유엔」은 아세아「아프리카」 신흥국의 단결로 그 권위는 회복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영·불·백이의같은 식민지을 가진 국가가운데에는 「유엔」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공기가 강하였다. 「수에즈」휴전으로 크게 위신을 높인 「유엔」은 1960년 「콩고」 개입으로 또다시 위기에 직면하였다.
「콩고」개입의 부산물인 「유엔」재정의 적자는 「유엔」의 위기를 가일층 심각하게 만들었다.

<군축·핵협정 전망밝아 타결안없는 월남문제>
그래서 1964년의 「유엔」총회는 사실상 유회로 끝나 세계의 토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하자 「유엔」은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인상을 주었었다. 다행히 작년의 제20차총회는 인도·「파키스탄」전쟁의 정전에 가맹국 백17, 의제도 풍부한 백여개, 이에 「유엔」 창립20주년, 「로마」교황 「바오로」6세의 방문이라는 행사도있어 「성황의 총회」로 끝났다.
평화유지비의 분담을 에워싼 미·소 양대국간의 대립도 일만결말지어 「명랑하고 정상화한 총회로」라는 기대를 걸수있게되어 일부에서는 「유엔」이 『낙심에서 벗어나 위신을 회복하였다』는 말까지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금년2월 안보리에서 월남문제를 제기하었지만 완전히 실패함으로써 「유엔」은 그 무력한 현실을 볼상사납게 드러내놓고 이로말미암아 「우·탄트」사무총장의 재출마 거부라는 사태까지 빛어내 세계관심을 사무총장거취에 집중시켜 총회의 인상을 흐리게 만들어 21차총회는 긴박감이 결여되고 고무적이 못되는 년중행사라는 평까지 나오고있다.
사실상 지난1개월간 「유엔」총회는 의제에도 포합되지 않은 월남문제가 주로 다루어졌지만 발언한 대표들이 전쟁종식을 주장하면서도 신통한 새로운 평화적 안결안을 내놓지 못하여 실망을 주고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볼때 「유엔」에서 전망이 밝은것은 군축문제에 있어 핵무기 확산금지협정의 체결이 2주전의 미·소 고위회담에서의 의견접근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역시 「모스크바」부분핵금지 조약처럼 부분적인 확산금지협정으로 끝날 공산이 크며 「유엔」의 위신을 높여줄것같지는 않다.
오히려 세계평화의 최대위협이 되고있는 월남전쟁, 그 일방의 주역인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킬것인가 하는 중국대표권문제, 또한 서남 「아프리카」문제를 중심으로한 「아프리카」의 인종차별정책은 「유엔」에서 큰파란을 일으켜 지금 또 위기에 봉착하고있는 「유엔」에 힘겨운 탈피를 강요할것같다. 「우·탄트] 사무총장은 21차총회개막에 앞서 발표한 연례보고의 서문에서 국제적정치정세는 호전되고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일부의 장기적인 분쟁은 「유엔」의 필요성을 찬동하면서도 동시에 「유엔」이 달성할수있는 가장 효과적인 항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총장후임등 난제속에 적자만 1억6만불>
「유엔」자체만 하더라도 재정위기를 자발적으로 갹출함으로써 해결하겠다던 1년전의 만장일치 함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거의 적자를 보전할만큼 갹출하지 않은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우·탄트」사무총장은 말하였는데 금년의 적자총계는 1억6천7백60만불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현재 1백21개국으로 회원국이 늘어난 「유엔」이 안고있는 몇가지 난제를 약술하면 다음과같다.
▲사무총장후임문제=「우·탄트」씨가 12월까지는 유임하겠지만 각국의 만류공작에도 불구하고 사의가굳어 부득이 선출하여야 할것인데 소련이 일찌기 내놓은 일이있는 「트로이카」방식 (사무총장3인제)을 제의할 가능성이 없지않다.
▲서남 「아프리카」문제=이번 총회는 「아프리카」총회라고 불릴 정도로 이문제는 격논을 초래할 것이다.
공교롭게도 총회개막 2주일전에 남아연방의 「페르우르트」수상이 암살된것은 이문제에 더 한층 복잡한 파문을 던졌다.
남아문제에서 「유엔」이 강경한 제재조치취하면 남아는 「유엔」탈퇴를 불사할 것이다.
▲중공가입문제=중국대표권결의에서 작년은 47대47이라는 「유엔」 사상초유의 찬반동수로 국부지지파사이에 『중공가입저지에 있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는 긴장감이 돌았지만 금년에는 중공저지파가 유리하여 중공가입반대파가 찬성파를 2, 3표상회할것같다.
한편 21차총회에서 소련은 중공의 가입에 열의가 없는대신 구주의 평화공세에 곁들여 동독의 「유엔」가입을 요청할 것이다. 이것은 미·영의 거행권과 서독문제도 얽혀 중공가입문제이상으로 곤난하겠지만 소련의 이와같은 동독가입 우선은 중공의석심의에 1석을 던지는 것이된다. (글·홍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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