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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소설·영화의 밀월 '리얼리즘'으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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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환타지에서 다시 현실로!

출판과 영화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원소스 멀티유스'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아 온 미국 문화상품의 코드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는 환타지 소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개봉돼 인기를 끌면서 출판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올해 영화화 되는 원작들이 재미보다 다소 심각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마법.환타지 소설보다는 어른 독자들을 겨냥한 전쟁과 인생 역정을 다룬 심각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9.11테러이후 충격에 휩싸인 미국인들에게 환상의 세계보다는 전쟁의 추악한 모습과 인간 내면의 고뇌를 보여주는 '현실'이 더 와닿았던 탓도 컸다.

문화상품의 성격 변화가 상당기간 지속될 지 아니면 시류에 따른 일시적 성격을 띌 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올해 미국에서 소설 등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작품은 1월~3월만 20여편이 개봉된다. 영화 개봉과 맞춰 주연배우의 얼굴과 영화 포스터로 표지를 바꾼 책들을 벌써부터 쏟아내고 있다.

『뷰티풀 마인드』 『쉬핑 뉴스』 등 흥행작으로 예상되는 4편의 경우 벌써부터 서점에 새로 풀어놓은 책만 2백만부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영화가 뜨면 원작 판매도 같이 뜰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1월 개봉작으로는 93년 소말리아에 파견됐다 공개 사살당한 18명의 미 해병대 이야기를 다룬 '블랙 호크 다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시의 일대기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 등이 눈에 띈다. '블랙호크 다운'은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았다.

전기 『뷰티풀 마인드』는 게임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았으나 정신분열증까지 앓았던 내시를 통해 인간의 천재성.광기를 한꺼번에 비춰보는 수작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러셀 크로가 내시역을 맡았다.

노벨상.퓰리쳐상 작가의 작품들도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영국작가 V.S.네이폴의 처녀작 『신비의 마사지사』도 그중 하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한 마사지사가 기지를 발휘해 국회의원까지 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한 남자가 한적한 해변 마을에서 새 삶을 살려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퓰리쳐상 수상 작가 애니 프룩스의 『쉬핑 뉴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자 앤 라이스의 또다른 작품 『퀸 오브 댐드』 (『악마 맴노크』.여울기획) 도 눈길을 끈다.

한편 한국 출판계와 영화계의 공동 작업은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때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퇴마록』 등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가 꾸준히 이어지더니 지난해에는 재일동포 3세의 자전적 소설 『GO(고) 』, 인터넷 소설 『엽기적인 그녀』 에 그쳤다. 올해도 이만교의 『결혼은,미친 짓이다』 정도가 개봉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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