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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국정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8일 국회본회의는 19일부터 11월7일까지 20일 동안 새해 예산안심의를 위한 일반국정감사를 실시할 것을 의결하였다. 새해 예산안심의와 일반국정감사는 6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수행해야할 중대한 과업이다.
매년 정규예산안심의에 앞서 실시되는 일반국정감사는 원래 예산집행의 실적을 감안하여 새로운 심의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을 그 주요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전년도예산이 어떻게 집행되었느냐하는 상황, 다시 말하면 행전의 내용이 감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그것은 신년도 예산심의에 있어 결정적인 자료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정감사는 이와 같이 하여 국가예산을 집행하는 모든 관서나 국영기업체의 비위를 탐색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좀더 합리적인 예산의 책정을 기도하기 위한 것이며 나아가 행정상의 모든 맹점과 차질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특징이 있는 것이다. 즉 국정감사는 적극적이며 건설적인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오로지 경찰이 범인의 체포를 위하여 수사망을 펴는 것과 같은 역할로써 시종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매년 국정감사 때가 되면 각 관서나 국영기업체는 감사에 대처하는 태도에 있어 갖가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이 많다. 정직하고 담백하게 사실을 고하여 전진을 위한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는 대신 은폐와 왜곡으로 감사의원들의 판단을 그르치는 사례가 불무하다는 소식도 있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감사의원들을 향응으로 후대하는 듯이 보이면서 실은 그들의 눈에 실태가 비치지 못하게 하는 불순한 작전에 종사하는 일도 결코 없지는 않다고 한다.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비건설적인 거조를 취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결국은 국정감사의 참뜻이 제대로 인식되어있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전술한바와 같이 국정감사는 경찰이 범인을 수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항상 시정과 건설과 합리화와 전진을 위한 조처라는데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를 받는 관서나 국영기업체의 장들에게도 비판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그것을 실시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에도 문제점은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국정감사 때가 오면 의원들이 무슨 유흥여행이라도 떠나는 듯한 들뜬 기분에 잠기는 기풍조차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각 관서나 국영기업체를 방문하여 그 장들은 질타하고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은 분명 불유쾌한 일은 아닐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국정감사의 참뜻이 아니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은 성실하고 엄정한 비판자가 되어야한다. 그러므로 사실에 눈을 가리는 모든 책동에 대하여 진지한 선량으로서의 태도를 버려서는 아니 될 것이며 또 여하한 물질적인 접대에 대하여도 냉정히 이를 거부하는 위엄을 간직해야 할 것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이 납세자를 대표하여 행하는 신성한 직무이다. 이와 같은 직무수행에 추호라도 하자가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6대국회의 임기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중에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남은 것이 바로 이번의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의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들은 정성을 다하여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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