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의 저조|47회 전국체전 총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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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체전은 5년 만에 다시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에 대회 운영, 시설은 물론 경기 면에서도 이제까지의 어느 대회보다 좋은 결과를 남기리라는 예상을 주었다. 그러나 시설만이 제대로의 구실을 했지 대회운영, 경기면은 많은 실망과 더불어 앞날의 숙제를 남겼다.

<시설>
각 종목의 시설이 어느 지방보다 완비 됐다고 볼 수 있는 서울로서는 시설 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문제는 이 시설을 어떻게 안배하여 최대한으로 이용하느냐는 것뿐이었다. 이 점에서 볼 때 시설 면은 무난한 편이었다.
그러나 급작히 준공된 「메인·스타디움」의 나쁜 「그라운드·컨디션」과 축구·배구 등 보조 경기장을 잘못 선택한 점은 신기록 수립에 지장을 주었고 선수들의 「게임」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주어「옥의 티」를 면치 못했다.
또한 숙박 문제도 하나의 시설로 본다면 숙박 시설의 이용은 영점에 가까웠다. 이는 각 도 선수단이 서울의 인심을 「야박」하다고 표현한 한마디의 불평으로도 실증된다.

<대회운영>
대회 운영은 어느 해 보다 수준 이상을 「마크」했다. 이는 서울에 체육계의 본산인 체육회가 있고 경험이 풍부한 체육인들이 총동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화려한 입장식이나 짜임새 있는 대회운영은 이번 체전의 소득이었다.
하지만 일부 계획이 뜻하지 않은 폭우와 관중들의 난입 등으로 난투극과 소란을 초래한 것은 유감이었다.
일부 임원들의 무성의와 경험 부족 및 심판들의 편파성으로 경기장을 무질서 상태로 빠뜨린 불상사도 이번 대회의 원만한 운영에 오점을 남겼다.

<부정선수>
이번 대회의 보다 큰 오점은 부정선수가 대량으로 적발되어 체육인들의 빈축을 산 사실이다.
부정선수는 대회 첫날부터 경기도에 101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밝혀지더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구·농구·배구·「배드민턴」등 11개 종목에 20여건이나 발생하여 놀라움을 샀다.
부정선수는 전국 체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악이라 하지만 이같이 엄청난 건수가 발생되어서야 체전의 꼴이 말이 아니다. 시도 대항의 과잉경쟁에서 오는 부산물이라 하겠으나 근본적인 재검토가 있어야겠다.

<기록>
구기에서는 지방「팀」이 서울에 육박, 서울의 만년우승을 깨뜨리고 총점에서도 근소한 차를 보여 「스포츠」의 보편화를 이루었지만 기록경기는 저조할 대로 저조하여 『내용 없는 체전』이라는 평을 받았다.
아무리 「그라운드·컨디션」이 나쁘고 대표선수들이 많은 종목에 출전함으로써 「베스트·컨디션」을 잃었다 해도 역도에서만 겨우 3개의 한국신이 나왔다는 것은 이번 체전의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
이를 두고 한국「스포츠」의 후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떻든 체전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지도자들은 체전을 어느 종목의 선수권 대회보다 권위 있는 대회로 성장시켜야겠다. 그래야만 체전에서 많은 신기록을 기대할 수 있고 체전을 영원한 민족의 알찬 제전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문제점>
이번 체전이 지방에서 열릴 때와 같이 성황되리라고는 예상치 않았다. 그렇다지만 관객이 없어 대회가 너무 초라해진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바에야 지방 「스포츠」의 발전과 기존 시설을 이용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방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또한 부정 선수가 속출하고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아직도 현격하다는 결과는 앞날의 체전에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부정선수의 근절책, 서울과 지방차를 없앨 수 있는 특수 종목의 제외, 체전의 권위를 살릴 중·고등부 종목의 제외 등이 앞날의 과제가 아닐는지! (윤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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