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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77만의 머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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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효석의 소설에 「돈」이라는 것이 있다. 소박한 농촌의 한 청년이 철도 때문에 사랑하던 애인과 돼지를 다 같이 상실한다는 애야기다. 「분이」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도망갔고, 돼지도 또 그 차에 치여 죽는다는 이야기다. 두엄 냄새와 가난을 견디다 못해 농촌의 색시들은 자기의 애인들을 버리고「네온사인」이 빛나는 신기한 도시의 「아스팔트」길을 찾아 떠나간다.
결국 따지고보면 소설 「돈」에 등장하는 젊은이의 실연과 실의는 「서울」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설은 현쟁도 끝나지 않고있다. 날이 갈수륵 더욱 심해져간다. 유행가에도 『뽕을 따던 새악시는 서울로 가고…』라는 처량한 가사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총인구는 3백77만2천52명, 작년 보다도 8·68%가 는 셈이다. 「슈펭그라」의 말대로 지방도시나 농촌이 날로 피폐해져가고, 그대신 대도시는 실향민의 무리로 비대해간다는 것은 현대문명의 공통적인 특징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구의 도시집중율이 한국처럼 심한곳도 별로 없을 것 같다.
이조말의 서울인구는 기껏잡아 20만을 넘지않았다고 한다. 불과 반세기동안에 약20배로 불어난 수도인구는 한강변의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한도시가 국토의 총인구중 1할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그 사회가 비정상적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공비에 시달려 수도로 모여드는 월남만 하더라도 「사이공」의 인구는 전인구의 1할을 넘지않고 있다. 「불란서의 파리」가 아니라 「파리의 불란서」라고까지 말해지는 「파리」의 인구 역시 총인구의 1할이 못된다. 그런데 서울은 어떠한가. 4백만선을 넘보느 그 인구는 총인구의 1할이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생산도시라기보다 소비도시인 서울에 이처럼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다는 것은 어느모로보나 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도시계획을 확대하여, 지하철이나 육교나 제2, 제3의 서울을 건설한다 하더라도 도시의 병리를 치유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왜들 서울로만 모여드는가? 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따져야한다.
「망아지를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을 낳거든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꽤 생겨났는가를 아는가? 서울민국이라고 오해받는 수도편중의 행정부터 반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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