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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덕에 세금 4조 더 걷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용카드 덕에 세금이 예상보다 잘 걷히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경제가 어려웠는데도 세금이 목표치인 95조9천억원보다 약 3천억원 많은 96조2천억원 가량 걷힌 것으로 추산된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이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예전보다 많이 드러나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에서만 당초 목표보다 4조원 가까운 세금이 더 걷힌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에 10%를 매기는 부가세는 목표치인 23조8천억원보다 3조5천억원 가량 더 걷혔고, 종소세도 3천억원 이상 늘어난 약 3조8천억원이 걷혔다는 것이다.

종소세 외에도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1조원 이상 더 걷힌 데 힘입어 전체 소득세 징수액은 1조원 가량 많은 약 18조원으로 추산했다. 소득세 가운데 이자소득세는 금리 하락의 영향으로 줄었고, 양도소득세도 목표에 미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용카드 때문에 제조업자나 상인들이 매출과 소득을 감추기 어려워졌다"며 "부동산 시장의 호황으로 건설업체의 매출이 늘어난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1999년 42조6천억원, 2000년 79조5천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는 3분기에 이미 1백1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봉급생활자의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해주고, 신용카드 영수증을 추첨해 돈을 주는 복권제를 실시하는 등 혜택을 늘렸기 때문이다.

강명헌 단국대 교수는 "신용카드 사용 확대는 세수 증대뿐 아니라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신용카드를 안받는 공공기관.업소에는 벌칙금을 부과해 사용처를 늘리면서, 소득공제 혜택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세가 많이 걷힌 것에 대해 재경부는 연봉제 도입, 성과급 실시로 고소득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매년 더 걷히고 있어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근로소득세는 2000년에도 2조3천억원이나 더 걷혔었다.

특별소비세도 지난해 하반기 소비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징수 목표(3조원)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해 기업들이 고전하면서 법인세는 목표치인 18조8천억원보다 2조~3조원 덜 걷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증권거래세도 목표치인 2조5천억원에 못미쳤다.

재경부 이용섭 세제실장은 "올해부터 소득.법인세율이 인하된 만큼 세율은 손대지 않고 각종 비과세.감면 조항을 줄여 세원(稅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신용카드 회원 4천7백만명 가운데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1백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명근 경희대 교수는 "일본이나 대만보다 신용카드를 훨씬 많이 쓸 정도로 활성화돼 과표 양성화에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신용카드 남발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현곤.차진용 기자 hkko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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