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 달러 번 버핏 “나는 C학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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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기업 사냥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1일 “올 코끼리(거대기업) 사냥을 위해 사파리 복장으로 갈아입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지난해 나의 투자 성적은 평균 이하다.”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이 내린 지난해 자신의 투자 성적표다. 시가총액 2500억 달러(270조원)를 굴리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148억 달러 순익을 올렸다. 1년 전보다 45%나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장부가가 14%(240억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쳐 벤치마킹 대상인 S&P500 지수 상승률(16%)에 못 미쳤다며 ‘C’ 학점을 매겼다.

 1965년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의 선장에 오른 이후 48년 동안 장부가 상승률이 S&P 500 지수를 밑돈 건 이번이 아홉 번째다.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덩치가 커져 S&P 500 지수를 이기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버핏은 1일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0여 년 동안 미래는 늘 불확실했다”며 “그러나 미국은 늘 기회로 충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끼리(덩치 큰 기업)’ 사냥에 실패한 것에 대해 아쉬움도 피력했다. 그는 지난해 470억 달러에 달한 ‘현금 실탄’으로 기업 사냥에 나섰지만 빈 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벼른다. 그는 올 들어 케첩회사 하인즈를 수중에 넣었다. 이 거래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버핏은 편지에서 “찰리 멍거 부회장(버핏의 평생 동반자)과 함께 다시 사파리 복장으로 갈아입었다”며 코끼리 사냥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870억 달러에 달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식 자산 중에선 IBM·코카콜라·아메리칸익스프레스·웰스파고 등의 비중이 높아졌다. 버핏은 “앞으로도 이들 주식 비중은 더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지방 신문사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15개월 동안 3억4400만 달러를 들여 28개 일간지를 사들였다. 버핏은 “지역 정보에 특화돼 있는 지방신문사는 앞으로도 유망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매물이 나오면 적당한 가격에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뒤를 이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결정했다고 언급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후계 구도에 대해 침묵했다. 버핏은 자신이 물러난 뒤 버크셔해서웨이 후계 구도를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회장 ▶CEO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나눠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으로는 아들 하워드 버핏을 이미 낙점해 놓았지만 CEO와 CIO는 미정이다. 다만 버핏은 각각 2010년과 2011년 영입한 펀드매니저 테드 콤스와 데이비드 웩슬러를 극찬해 CIO 후보로 점찍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두 사람의 투자 성적은 S&P를 두 자릿수 앞질렀다”며 아주 작은 글씨로 “나보다 훨씬 낫다”고 익살을 떨기도 했다.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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